무기력한 與 지도부, 교체냐 분당이냐 '갈림길'

입력 2016-11-04 04:55:02

새누리 의원 절반 총사퇴 요구 "당의 미래 생각하면 결단해야"

새누리당이 여당 내 주류 교체냐, 아니면 분당의 길로 갈 것인가의 갈림길에 섰다.

최순실 파문 이후 불거진 당 안팎의 지도부 사퇴론이 시간이 갈수록 확산하는 양상을 보이면서 3일 현재 벌써 절반에 가까운 소속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하고 나선 상태이다. 출범 100일도 채우지 못하고 '좌초 위기'에 놓인 현 지도부에 국정 정상화 해법을 기대하는 것은 더욱 난망해 보인다.

당장 지도부 내부에서조차 파열음이 감지된 지 오래다. 현 지도부 내 유일한 '비주류' 격인 강석호 최고위원은 일찌감치 지도부 교체 의견을 피력해왔다. 심지어는 주류 친박 진영 일각에서조차 이정현 대표 지도부에 대해 당분간 현안에 대한 언급을 삼가라는 주문이 있었던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 재선 의원은 "친박 일색의 지도부가 지금의 위기를 수습할 수 있으리란 생각은 그 자체로 지나친 오만"이라면서 "결국 국정 정상화의 키(key)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있는데, 이 대표가 당장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감히' 언급이나 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선 새누리당의 차기 대선 주자군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당의 주도권이 자연스럽게 비박계로 넘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새누리당 내 친박계와 비박계는 '최순실 게이트' 대처방안을 두고 3일에도 힘겨루기를 벌였다. 비박계는 박 대통령은 물론 친박계 의원들의 2선 후퇴를 요구하고 있지만, 친박계는 "우리가 왜 물러나느냐,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며 반발하고 있다.

비박계는 박 대통령이 국정에서 손을 떼고 남은 임기 동안 상징적 국가원수의 임무만 소화할 것을 바라고 있다. 친박계 일색인 새누리당 지도부에 대해서는 총사퇴를 전제로 당을 재창당 수준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비박계 한 중진의원은 "비상시국인데도 총리 인선에 대한 귀띔조차 듣지 못하는 여당이 존재할 이유가 있느냐"며 "박 대통령과 당 지도부가 당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친박계는 비박계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정치권이 친박계의 2선 후퇴를 점치는 이유는 현재의 국정지지율 및 정당지지도로는 청와대와 새누리당 지도부가 어떤 쇄신안을 내놓더라도 국민을 설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차기 대선까지 고려하면 당에서 박 대통령과 친박계의 색깔을 지울 수밖에 없는 상황도 한몫을 하고 있다.

한편, 정치권 일각에서 거론되고 있는 새누리당의 분당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이 많다. 보수진영을 대표해 온 새누리당을 대체할 만한 정당을 순식간에 만들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새로운 정당을 만들어 당의 정체성을 국민에게 알리는 작업보다 박 대통령이 이상한 대통령이 되고 새누리당이 지도부, 당명, 로고 등을 바꾸는 일이 더 쉽다"며 "임기가 보장된 보수당 국회의원들에게 신당 창당과 당적 변경은 매우 어려운 선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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