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얽힌 실타래가 풀리듯 '밤의 대통령'이라 불리는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건에 관한 경악할 만한 팩트들이 쏟아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을 10%대까지 주저앉았고, 탄핵'하야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4년 중임제를 염두해 둔 개헌 카드도 최순실 게이트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 시점에서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이 일전에 언급한 '청와대 알라들' 발언이 문득 떠올랐다. 박 대통령의 비서실장(당 대표 시절)'정책실장(대선 후보 시절)까지 맡았던 유 의원이 '왜 그런 말까지 했을까'라는 생각도 했다. 국정 컨트롤타워인 청와대에 공적인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문고리 권력 3인방(정호성-이재만-안봉근)이 국정소통을 막고 있으니 그런 험한 말이 나올 만도 하다고 여겨진다. 이 문고리 권력의 졸렬한 행태를 보면서, 유 의원은 얼마나 답답하고 분통이 터졌을까.
◆문고리 권력의 조정자, '최순실'
최순실의 국정농단 통로가 문고리 권력이었던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특히 박 대통령 연설문을 최순실에게 가져다 준 인물로 지목되는 정호성 1부속비서관은 정치부 기자 1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권력실세 1순위로 언급됐다. 3위는 이재만, 4위가 안봉근 비서관이었다. 2위가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라니 말 다했다. 한 마디로 문고리 3인방이 권력 실세인데, 이 3인방을 뒤에서 쥐고 흔든 장본인이 '최순실'로 밤의 대통령이란 말이 나올 만도 하다.
정 비서관은 20년 가까이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과 보도자료 등을 담당했으며, 박근혜의 '복심'으로 실세 중 실세란 얘기를 듣고 있다. 연설문 초고는 정 비서관이 잡고, 퇴고는 최순실이 했다고 하니, '권력실세 1위' 위에 최순실이 떡하니 버티고 있었던 셈이다. 이 정도면 최순실을 '문고리 권력의 보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최순실은 이렇듯 문고리 권력을 타고 들어와, 국가기밀이 담긴 서류도 들여다보고 사리사욕도 챙겼다.이쯤되면, 세상 밖에서의 행동은 안봐도 비디오다. 임의의 재단을 차려놓고,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대놓고 '돈 내놔라'고 할 만하다. 개발정보를 미리 알아서 평창에 땅도 사두고, 강남에 수백억원대 건물도 갖고 있다고 한다. 한마디로 '얼척없는 일'이다.
◆박 대통령은 왜 '최순실'을 뿌리치지 못했나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최순실 사태와 관련해, "좀 더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이라고 해명했다. 문제는 이 '순수한 마음'이다. 자신과의 오랜 인연을 무기로 한 민간인 여자(최순실)가 국정을 농간하는데, 무슨 순수한 마음이란 말인가. 대통령의 그 순수한 마음을 이용해 대기업 돈을 자기 돈 주무르듯 하고, 공무원 인사까지 좌지우지했다. 평소 꼼꼼하다던 박 대통령이 이런 나이브(Naive, 순진해 빠진)한 마음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최순실 게이트는 핵폭탄급으로 커져갔고, 올 가을 대한민국을 통째로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대선 승리 전까지 강단있는 행보(위기에 빠진 당을 구해낸 선거의 여왕,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해 '나쁜 대통령', 선거 도중 피습 후 '대전은요?' 발언 등)를 보여왔다. 하지만 대통령이 되고 난 후부터 비선라인 관리에 더 큰 구멍이 났는데도, 이를 애써 모른 척 했는지 모른다. 이유는 추정컨데, 자신이 외롭고 힘든 시절에 함께 해 준 최태민 일가(5번째 딸 최순실-최순실 전 남편 정윤회)와의 오랜 인연을 두부자르듯 절연할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니면 국민들은 상상도 못할 뭔가 다른 이유(박 대통령의 치명적 약점을 쥐고 있는 등)가 있을 수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최순실 게이트로 사실상 식물 대통령이 되어 버렸다. 박 대통령을 두손 두발 다 들고 지지한 대구경북민은 배신감에 매우 허탈해 하고 있다. 더 이상 개헌을 부르짖을 동력도 잃었다. 퇴임 후도 걱정이다. 특검을 통해 최순실 게이트의 전모를 밝혀야 한다. 최순실을 불러들여 법의 심판대에 세워야 한다. 최순실과 함께 칼춤을 춘 '청와대 얼라들'도 하루빨리 정리해야 한다. 문제는 이게 다가 아니라는데 있다. 앞으로 정국이 어디로 어떻게 흘러갈지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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