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 발자취를 남겼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연극 작품이 잇따라 공연되는 2016년. 올해는 지역 소재 연극 공연의 풍년이라 부를 수 있겠다. 11월 11일부터 13일까지 창작 초연으로 문화예술전용극장CT에서 공연될 연극 '그날'도 일제강점기가 절정을 이루던 1927년 일어난 조선은행 대구지점 폭파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는 작품이다. 또한, 올해 대구만의 문화적, 역사적, 지리적 특성이 반영된 소재를 공연 콘텐츠로 성장시킬 것을 목표로 하는 대구문화재단의 지역 특성화 공연 제작 지원 사업 선정작이다.
대구시립극단 등 지역 극단들이 지역 소재를 발굴하고 이를 공연예술로 활성화시키려는 관심과 활동이 부쩍 늘고 있다. 대구시립극단이 올해 3월 공연한 연극 '비상'과 뮤지컬 '비 갠 하늘'도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비행사이자 독립운동가인 권기옥의 삶을 소재로 한 공연이었다. 또 국채보상운동을 소재로 한 뮤지컬 '기적소리', 한국전쟁 때 피란 온 문화예술인들의 다양한 에피소드가 있는 향촌동을 배경으로 그곳에 머물렀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연극 '향촌동 연가', 임진왜란 당시 조선에 온 명나라 장수 두사충이 귀화해 대구 대명동에 정착한 사건을 시공간적으로 재구성한 연극 '인연'도 공연됐거나 곧 무대에 오른다.
모두 대구에 살았던 역사적 인물들의 흔적과 사건을 소재로 한 공연들이다. 이는 지역 극단들에게는 더욱 활발한 활동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대구의 역사와 흔적이 담긴 문화 콘텐츠를 통해 시민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 소재를 기반으로 하는 스토리텔링은 일회성 이야기에 그치지 않는다. 대구 전역을 무대로 하는 대구의 역사와 인문 자원을 대구지역 예술가들이 연극, 뮤지컬, 콘서트 등 다양한 장르로 구현함으로써, 공연문화도시 대구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것은 물론 관광산업도 활성화시킬 수 있어서다.
그러나 단순한 공간적 배경의 차용과 역사적 사실의 나열만으로 지역 특성화 공연이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소재 개발과 스토리텔링 단계에서부터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팩트에 픽션을 더하는 대본 작업을 통해 극적 긴장과 감동의 여운을 살려야 한다. 대구문화재단 주최로 2009년 초연한 후 8년째 매주 토요일 오전에 공연되는 거리 연극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는 그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좋은 사례이다.
매력적이고 풍성한 공연 작품들은 지역에 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지역에 숨겨진 또는 역사 속에 잊힌 사람과 이야기를 더욱 끄집어내고, 그 이야기에 대구만의 정체성과 거리, 건물 등 모두가 녹아 들어가게 하자. 이를 소재로 한 연극 무대는 대구 문화의 확장성을 찾을 수 있는 한 방법이 될 것이다. 지역 문화와 지역 콘텐츠를 보는 눈을 열어주고, 스토리텔링의 경계와 범위를 넓혀주어 상대적으로 서울에 비해 소재가 빈곤한 지역 공연예술계에도 활력을 불어 넣어줄 것이다.
1927년 우리 역사 속 여전히 뜨거운 이야기를 그릴 연극 '그날'. 장진홍은 조선은행 대구지점 폭파 사건으로 일제강점기 그 한가운데서 약해져 가는 독립운동의 투혼을 되살리고, 이육사를 구한다. 대구가 낳은 독립운동가 장진홍의 정신과 민족시인 이육사의 시가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가슴 깊은 감동의 무대는 지역 소재 연극 작품의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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