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망감에…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도 침통

입력 2016-10-27 04:55:05

매년 북적이던 구미 상모동 생가, 올해는 썰렁한 추도식장 '대조적'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대국민 사과를 한 가운데 26일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추모관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대국민 사과를 한 가운데 26일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추모관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37주기 추도식'이 열렸다. 참석한 시민들이 침통한 표정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영정 앞에 헌화하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최순실 게이트' 파문으로 대한민국이 충격에 휩싸인 가운데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이 예년에 볼 수 없었던 썰렁한 분위기 속에 열렸다.

구미시와 박정희대통령생가보존회는 26일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추모관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37주기 추도식'을 열었다. 이날 추도식은 매년 수천 명이 몰려 박 전 대통령 추모관과 생가마당, 주차장까지 인산인해를 이뤘던 것과 큰 대조를 보였다.

이날 추도식장에는 구미를 방문한 파독광부'간호사 110여 명과 기관단체장'공무원이 대부분 자리를 차지했을 뿐 200여㎡ 남짓한 추모관 마당도 다 채우지 못했다. 대한민국서포터스 봉사단원 일부가 차 봉사활동에 나섰지만 매년 전세버스를 동원해 대규모로 참석했던 박정희 전 대통령 관련 단체 회원들의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추도식장에 모인 참석자들은 삼삼오오 모여 "최순실 게이트 파문이 어디까지 갈지 걱정이다. 하필 추도식 하루 전날 이 같은 일이 터져 추도식 분위기가 엉망이 됐다"며 최순실 사태 파문이 어디까지 갈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참석자들은 "그동안 야당이 박근혜 대통령을 흠집 내기 위해 생떼를 부리고 있다고만 생각했는데 설마가 사실로 드러나고 보니 너무 큰 충격을 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참석자는 "그동안 철석같이 믿었던 박 대통령에게 배신감이 든다. 무슨 생각으로 최순실 같은 사람을 측근에 두고 국민을 속여왔는지 모르겠다. 야당에서 대통령을 직접 수사하고, 탄핵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텐데 나라가 어디로 갈지 걱정이다"고 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대한민국에서 소설에나 나올 법한 일이 현실이라니 믿기지도 않고, 오늘처럼 부끄러웠던 적이 없다. 국가 체계와 공직기강 자체를 엉망으로 마비시킨 것에 대해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며 "한 치의 숨김없이 명명백백하게 밝혀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관련자 모두 법적 책임을 물어 다시는 이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에서는 박 대통령을 걱정하는 분위기도 역력했다. 김진영 성우회장은 추도사에서 "각하(박정희 전 대통령)께서 가지셨던 지혜와 용기, 탁월한 영도력을 이제 영애 박근혜 대통령께 주실 것을 기원드린다"며 "저희들도 국가적으로 많은 어려움은 있지만, 잘 헤쳐나갈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박정희대통령생가보존회 전병억 이사장은 "박 전 대통령이 가신지 37년이 지났지만 국내외적으로 님을 그리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며 "지난 19일 5공단 기공식에 참석한 후 이곳 빈소를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은 아버지께서 못다 이룬 꿈을 이루게 해달라고 기원했다. 우리는 박 전 대통령의 생애와 크신 업적과 유지를 받들어 분열된 국론을 하나로 모으고 갈등과 혼돈의 사회를 바로잡아 선진한국을 이루어 가는데 모두 함께 동참하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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