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 외과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인 '외과 연감'(Annal of Surgery)에 '외과의사의 연령과 수술환자 사망률'이라는 제목의 외과의사들을 자극하는 논문이 발표됐다. 미국의 1차 의료보험환자 관리 시스템에 등록된 빅데이터를 이용, 분석한 논문이다. 어려운 수술군에 속하는 심혈관 수술 및 암환자 수술 결과와 각각의 수술을 집도한 외과의사의 나이가 상관관계가 있느냐는 것이다.
논문 데이터에 포함된 심혈관 수술은 동맥치환술과 관상동맥혈전제거술, 관상동맥치환술, 대동맥 판막치환술 등 4가지였고, 암 절제수술은 폐암, 식도암, 췌십이지장, 방광암 절제술 등 4가지였다. 이 수술을 시행한 외과의사를 30, 40, 50대 및 60세 이상 네 군으로 나누어 각각의 수술사망률을 비교했다.
외과의사의 의학지식이나 경험에 따라 환자에게 적용되는 수술의 결과가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를 오랫동안 생각해 오던 터라 흥미롭게 읽었다. 개인적으로도 '외과의사로서 최전성기의 연령은 몇 세일까'라는 질문을 젊은 시절부터 스스로에게 해 왔다. 충수절제술이나 탈장 등은 1, 2년 내로 완숙기에 이를 수 있지만 대학병원에서 주로 시술하는 심장이나 암 수술은 안정적으로 시술하기까지 많은 시간과 훈련이 필요하다.
이 논문에서 눈여겨본 건 세 가지 관점이었다. 첫째, 대부분의 수술에서 외과의사의 연령군과 수술사망률은 별로 상관이 없었다. 둘째, 외과의사 연령군별로 결과에 가장 많은 차이가 나는 수술은 심장수술이 아닌 식도암 및 췌장암 수술이었다. 셋째, 가장 어려운 췌장암 수술에 있어서 수술건수가 적은 군에서는 나이 많은 외과의사의 성적이 떨어지지만, 많은 군에서는 60세 이상의 외과의사군이 오히려 젊은 외과의사들보다 성적이 좋았다. 개인적인 경험에 비춰봐도 수긍되는 결과였다.
잠자는 사자와 같은 췌장절제수술을 안정적으로 시술하기 위해서는 췌장 조직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합병증을 일으키지 않도록 많은 경험과 노련미가 필요하다. 젊은 시절에는 췌장수술을 앞두고 합병증에 대한 두려움이 많았지만, 요즘에는 사자의 콧수염을 건드린다는 기분은 들지만 두려움은 많이 줄었다. 연륜의 힘이 아닐까.
공무원과 기업체에서 산전수전 겪은 전문가들을 조기 은퇴시키는 바람이 불었다가, 이제는 정년을 늘려가고 있다. 젊은이들의 일자리가 턱없이 부족한 시기에 논란이 있긴 하지만, 인생을 바쳐 일하며 노련미를 갖추고 원숙기에 이른 상태에서 물러나는 것이 바람직할까? 의료계의 심각한 문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구축한 수술 노하우를 전수받을 젊은 의사 지망생이 없다는 사실이다. 국민 건강이 위협받을 수 있는 이 같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정부와 관련 당국은 하루속히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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