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놀이터 18곳 폐쇄만 하고 방치

입력 2016-10-24 04:55:05

복구 비용 3천만∼4천만원…주민들 비용 부담에 난색, 대구시 "재정 지원 어려워"

대구 달서구의 한 아파트 놀이터에 \
대구 달서구의 한 아파트 놀이터에 \'안전기준 미달로 놀이시설이 폐쇄됐음\'을 알리는 안내문이 걸려 있다. 박상구 기자

지난 21일 오후 3시 대구 달서구의 한 아파트에는 학교 수업을 마치고 나온 아이들이 한창 뛰어놀 시간임에도 조용했다. 2년 전 안전기준 미달로 놀이기구가 철거되면서 놀 곳이 없어졌기 때문. 150가구 이상 공동주택의 경우 놀이터를 의무적으로 갖춰야 하지만 400여 가구가 살고 있는 해당 아파트 놀이터는 현재 모래 대신 잡초만 무성한 상태다. 아이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 띠가 둘린 놀이터 입구에는 '안전검사 불합격 놀이시설 이용금지'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해당 아파트 경비원은 "놀이터 건설 비용도 관리비에서 충당하다 보니 입주민들의 반대 여론이 많다"며 "게다가 재개발 논의가 긍정적인 상황에서 새로 놀이터를 지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고 말했다.

같은 날 찾은 북구 산격동의 180여 가구 규모 아파트는 놀이터는 있으나 사실상 이름뿐인 수준이었다. '어린이 놀이터'라는 팻말 뒤에는 그네도, 시소도 없었다. 미끄럼틀 하나만 덩그러니 있을 뿐이었다. 해당 아파트 관리소장은 "안전기준 미달로 놀이기구를 철거한 뒤 주민들이 놀이터 복구에 큰돈 들이기를 원치 않아 우선 미끄럼틀만 들여 놓은 상태"라며 "앞으로 주민들 의견을 수렴해 천천히 시설을 확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전기준 미달로 폐쇄된 놀이터가 늘고 있다. 1980, 90년대 아파트 건설 붐으로 우후죽순 지어진 아파트가 노후화하며 당시 지어진 놀이터가 안전기준을 통과하지 못해 철거되는 경우가 많다.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으로 인해 작년 1월까지 모든 놀이터에 안전검사를 실시한 결과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대구에만 22곳의 놀이터가 폐쇄됐다.

문제는 폐쇄된 놀이터 대부분이 시설을 복구하지 않아 공터로 방치되고 있다는 것이다. 작년 폐쇄된 놀이터 22곳 중 다시 놀이터 시설을 갖춘 곳은 4곳에 불과했다. 대구시 8개 구군은 공동주택지원조례를 마련해 올해부터 아파트 내에 설치된 어린이 놀이시설 정비를 지원하고 있지만 이미 철거된 놀이터를 복구하지는 못하고 있다. 해당 예산은 놀이시설 점검과 정비 비용을 지원하는 용도로 쓰이고 있기 때문.

강신혁 대구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 부위원장은 "저소득층 밀집지역에 방치된 놀이터가 많은데 개선이 필요하다"며 "임대아파트의 경우 공익성을 띠는 만큼 앞장서서 안전한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놀이시설 하나를 새로 지으려면 3천만~4천만원이 드는데 그것까지 지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아파트 내부시설은 자체적으로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데 거주민이 대부분 노령층인 아파트는 그대로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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