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담장 허물면 그곳이 곧 공원" 김용수 경북대 명예교수 공로상

입력 2016-10-24 04:55:05

20년 동안 공장 등 884곳 허물어

"큰돈 안 들이고 녹지를 확보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 담장을 허무는 것입니다."

18세기 말 미국 뉴욕은 각종 범죄로 골머리를 앓았다. 마약 중독자가 늘었고, 아이들은 갈 곳을 잃었다. 도시 공터마다 쓰레기가 넘쳤고, 부자들은 더러워진 뉴욕을 떠났다. 도시 생태계는 깨졌고, 세수는 줄었다.

이를 극복할 뉴욕시의 해법은 공원이었다. 시는 당시 예산 1억달러를 들여 50만여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또 잔디밭과 호수를 만들었다. 그 덕분에 사라졌던 새소리가 돌아왔고, 시민들은 아침저녁으로 공원을 달렸다. 도심 속에 생긴 전원 풍경 덕에 사람들이 온화해졌고 범죄는 줄었다. '센트럴 파크' 얘기다.

지난 22일 대구사랑운동 20주년 기념 공로상을 받은 김용수(69) 경북대 명예교수는 '공원 예찬론자'다. 그는 국채보상기념공원, 경상감영공원 등 수많은 대구 공원 조성에 참여했다. 이러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담장 허물기 운동'으로 이어졌다. 김 교수는 "시가 공원 조성을 위해 부지를 매입하려면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 돈 없는 나라는 녹화도 힘든 셈이다. 하지만 여러 집이 담장을 허물면 그곳이 곧 공원이 된다. 큰돈 안 들이고 녹지가 생기는 것이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1996년부터 시작된 담장 허물기 운동을 주도했고, 지금도 담장 허물기 조경자문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가 지난 20년간 노력한 덕분에 공공기관과 도시공원, 주택, 공장 등 담장 총 884곳이 사라졌다.

이제 김 교수의 시선은 '치유 정원'에 닿고 있다. 그는 "우울증 환자가 정원을 관리하면 증세가 완화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면서 "지금까지는 담을 허물고 녹지를 만드는 데만 관심을 뒀지만, 이제는 집주인이 자기 취향에 맞는 정원을 가꾸며 정서적 치유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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