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는 인문교육, 인문도서 기부로부터] ④학교를 따뜻하게 만드는 교육 인문도서로 시작

입력 2016-10-24 04:55:05

조선왕조실록·한중록 읽고 "정조 가족사 가슴 아파요"

월암중은 교내 도서관을 중심으로 다양한 인문 소양 교육을 펼치고 있다. 학생들이 도서관에서
월암중은 교내 도서관을 중심으로 다양한 인문 소양 교육을 펼치고 있다. 학생들이 도서관에서 '자음으로 신간 도서 제목 찾기'라는 주제로 신간 도서들을 살펴보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학교에 인문도서가 기부되면 아이들이 정말 읽을까? 어른이 읽기에도 부담스러운 추천 인문도서 목록들을 보며 과연 인문도서 기부라는 것이 우리 아이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지 우려도 될 것이다. 인문도서가 학교에서 어떤 즐거운 일들을 만들어내는지 보여주는 학교를 소개한다. 교과교육, 창의적 체험활동 등과 어우러져 인문도서를 통해 아이들의 감성이 꽃피고 인성을 기르며 인문학적 소양을 키우는 활동들이 있다.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아이들과 함께하는 인문도서는 씨앗이 되어 나무로 자라난다.

◆초등학교, 인문학으로 신나는 놀이

초등학교에 인문도서를 기부하면 학생들이 어떻게 활용할까? 대구대청초등학교에서는 10개 학급이 인성 중심 인문학 프로젝트를 통해 인문도서를 읽고 탐구하고 있다.

대청초의 인문학 프로젝트 운영 과정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음과 같다.

사회 시간에는 선생님이 제시한 다양한 주제를 두고 서로 의견을 모으기에 바쁘다. 학생들은 교사가 내준 '정조의 조선, ○○과 ○○을 꿈꾸다'를 주제로 빈칸에 들어갈 말을 토론한다. 학생들은 먼저 규장각, 탕평책, 정약용, 수원 화성, 거중기, 사도세자, 영조, 혜경궁 홍씨 등 관련 있는 소재들을 찾는다. 그리고 이를 분류'정리한 후 인문도서 '조선왕조실록 정조편'과 혜경궁 홍씨의 '한중록'을 읽는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학생들은 ▷정조의 가족사는? ▷정조의 정치와 업적은? ▷백성과 관리는 정조의 정치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등의 탐구하고 싶은 주제를 찾는다.

국어 시간에는 '읽을거리를 찾아 읽고 소개하는 자료 만들기'라는 수업 주제로 인문도서를 읽은 후 알게 된 내용을 소개하는 자료를 제작하느라 분주하다. 학생들은 혜경궁 홍씨의 궁궐에서의 삶과 시대적 상황을 알게 되고 외숙모와 사촌의 건강과 안부를 챙기는 정조의 따뜻한 면모를 유추해보기도 한다.

미술 시간에는 수원 화성 내 건축물인 봉돈, 포루, 공심돈, 화홍문, 팔달문 등을 직접 만들어 보며 건축물의 구조를 살펴보고 설계하는 공부를 했고, 나중에는 수원 화성으로 현장체험학습을 떠났다. 학생들에게는 교실에서만 접하던 정조와 그 시대가 각각의 가슴으로 걸어 들어오는 순간이었다.

현장체험학습 후 학생들이 쓴 에세이를 보면 이들이 한층 성장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학생들은 "정조의 가족사는 가슴 아팠다. 그럼에도 백성을 위하는 정치와 제도를 펼친 것이 대단하다. 수원 화성을 건축할 때도 백성을 생각해서 돈을 줘가며 축조 현장에서 일하게 했다는 걸 보고 다른 왕들과는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는 소감을 표현했다.

인문학 프로젝트는 교사들에게 의미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대청초 한 교사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에 있는가? 내가 할 일이 무엇인가 성찰해보는 시간을 가졌다"며 "수백 년 전 이 땅에 살았던 외롭지만 의연했던 왕의 마음을 헤아려보고, 민족과 백성을 향한 사랑을 실천했던 정조의 훌륭함을 본받아 생각하고 판단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를 통해 생각이 깊은 아이들이 되면 좋겠다"고 했다.

◆인문학 재미를 알아가는 중학생

월암중학교에서는 내적 성장과 도덕성을 길러주기 위한 인문 소양 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아침 20분 인문학 읽기'를 통해 올바른 인성과 인문학적 감성을 모두 겸비한 청소년 인재상을 구현하고자 한다.

먼저 학년별, 학급별 도서를 선정하고자 학생과 교사가 함께 인문 서적 선정 협의회를 구성, 청소년 필독 인문학 책을 참고로 도서 목록을 선정한다. 학급별로 정한 책을 돌려 읽을 뿐만 아니라, 각 학급에서 자율적으로 선정한 독후 활동은 모든 학생이 함께하는 수업아카데미 시간, 학년 동아리 시간을 통해 공유한다. 독서에 대한 흥미와 지속적인 동기유발을 위해 줄거리, 소감을 정리하는 '북로그 쓰기', 기억에 남는 내용을 포스트잇에 써서 붙이고 공유하는 '나의 포스트잇 공유하기', 교사와 학생이 함께 읽은 책에 대해 토론하고 소감을 공유하는 '독서 후기 나누기', 어려운 부분을 탐구해 이해하기 쉬운 그림이나 표로 정리해 발표하는 '연구보고 발표' '독후화 그리기' 등의 활동을 한다.

아침 시간에 책을 읽는 것 외에도 시 읽는 학교문화 조성을 위해 국어, 영어 전용교실에는 시 읽는 공간까지 마련했다. 국어 교과교실에서는 '시의 가슴에 살포시 젖는 물결같이'라는 브랜드에 맞추어 학생들의 모방 시, 창작시를 전시하고 감상을 공유하고 있다.

월암중 관계자는 "시에 담긴 정신과 언어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학생들은 가치관을 세워나가는 것은 물론 감성을 깨워갈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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