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가계대출 죄자 "이게 웬 떡"…은행들 가산금리 높여 잇속 챙겨

입력 2016-10-22 04:55:01

2억 대출 연 90만원 이자 더, 예대마진으로 기록적 흑자

대구 북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44) 씨는 최근 집 장만을 위해 거래은행을 찾았다 '깜짝' 놀랐다. 주택담보대출금리가 3.5%에 달해서다. 몇 달 전 은행을 찾았을 때만 해도 2.9%였지만 그사이 0.7%포인트(p) 가까이 올랐기 때문이다. 2억원을 대출받으려던 김 씨는 몇 달 새 월 7만5천원, 연 90만원 정도를 더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대출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 금리는 소폭 떨어졌지만 은행들이 임의로 더하는 가산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대출금리가 크게 뛴 것이다. 김 씨는 "기준금리는 떨어졌는데 대출금리는 왜 오르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하소연했다.

정부가 '8'25 가계부채 대책'을 발표한 이후 시중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올리고 있어 실수요자나 서민들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은행들은 오히려 예대마진으로 기록적인 흑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셋값 상승에 따라 울며 겨자 먹기로 집을 사려는 서민들과 부동산 광풍을 잠재우려는 정책 당국 사이에서 은행들만 '잇속'을 챙기고 있는 것이다. 은행을 필두로 한 금융지주는 가계대출 증가에 힘입어 3분기에도 호실적을 거뒀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하나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은 3분기에만 2조78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지난해 동기보다 24.9%(4천148억원)나 순이익이 늘었다.

신한지주는 2011년 이후 5년 만에 3분기 최대 실적을 올렸다. KB금융과 우리은행은 지난해 전체 벌어들인 순이익을 3분기 만에 대부분 거둬들였다. KEB하나은행도 4년 만에 분기 최대 실적을 올렸다.

투자방법 개선 등 은행권의 노력도 잇따랐지만, 수익상승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가계대출 증가에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은행들이 기준금리 인하에도 가산금리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금리를 조금씩 올리면서 이자 이익을 챙기는 방식이다.

신한은행은 올해 3분기를 기준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7.0%, 우리은행도 6.5% 이자 이익이 늘었다. 지난 6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p 떨어뜨렸지만 은행들의 금리는 역주행했다. KB국민은행의 혼합형 고정금리는 최저 금리를 기준으로 6월 말 연 2.69%에서 8월 말 2.74%로 뛰었다. KEB하나은행의 혼합형 고정금리도 같은 기간 연 2.64%에서 2.73%로, 신한은행은 연 2.69%에서 2.80%로, 우리은행도 연 2.70%에서 3.05%로 올랐다.

지역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에서 가계대출을 줄이라고 하니까 우리도 가산금리를 높이면서 담보대출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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