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현철의 '별의 별이야기'] 배우 심은경

입력 2016-10-21 04:55:01

"즐기면서 걷기왕 촬영, 연기에 대한 고민 해결"

5년 전 영화 '써니'로 만났을 때만 해도 귀여운 꼬마 숙녀였는데 어느새 성장했다. 이제 귀엽다는 표현은 약간 미안할 정도다. "예쁘다는 말이 어울릴 것 같다"고 하니 배우 심은경(22)은 쑥스러워하며 "예쁘다는 말도, 귀엽다는 말도 들으면 모두 다 좋다"고 배시시 웃었다.

몸이 성장하고 나이도 들면서 심은경은 연기에 대한 고민이 많아졌다. 또 그 고민을 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됐다. "연기는 하면 할수록 모르겠어요. 한동안은 머릿속이 하얗고 '어떻게 연기했지? 왜 판단이 안 되지?' 등등 혼란스러운 시기가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니 뒤통수 맞은 듯 깨닫는 시간이 오더라고요."

심은경은 "답을 찾았다고는 할 수 없는데 이런 과정이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예전에는 '어떻게 버텨야 하나' '연기를 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했는데 이런 과정을 거치며 흘러가는 게 배우로서 연기를 한다는 것 같다. '그 자체를 즐길 줄 알아야 하는 것 같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하다"고 웃었다.

사실 주위에서도 "지금 충분히 잘하고 있는데 왜 그리 고민이 많으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바꿔봐야겠다"고 시도했다. 오히려 역효과였다. "우울해지고 고민은 고민대로 더 쌓여가는 것 같더라고요. 나는 원래 이런 성격이니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걱정을 끝까지 했다가 스스로 해결된 후 깨닫게 되는 게 인생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게 마음먹으니 더 여유도 생기고 고민에 대해 관대해졌죠.(웃음)"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없는 선천적 멀미증후군 여고생 만복(심은경)이 자신의 삶에 울린 경보를 통해 고군분투하며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걷기왕'은 심은경이 고민을 내려놓고 묵묵히 원하는 길을 가게 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엔딩이 함축적이고 현실적인 메시지를 전달해 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진정으로 연기를 즐기지 못했던 시기가 있었는데 '걷기왕'을 통해 내 생각을 내려놓고 찍었죠. 연기적인 어떤 것들을 생각하지 않고, 그 자체로 즐기면서 촬영했거든요. 초심을 갖게 해준 작품이라고 할까요? 애정이 많이 가는 이유예요."

영화 '로봇, 소리'에서 로봇의 목소리라든가, '부산행'에서 좀비로 잠깐 등장하기도 한 심은경은 "역할에 크게 상관없이 내 연기를 잘 보여줄 수 있고, 또 매력적인 캐릭터라면 주저 없이 선택한다"며 "두 작품은 쉽게 얻을 기회가 아니고, 연기적으로 다양한 필모그래피를 쌓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특히 '부산행'은 재미있었습니다. 분장사분들에게 '피 칠갑 좀 더 해주세요'라고 할 정도였어요(웃음). 제 일에 대해 관심이 많은 편이라서 대부분 제의가 들어오면 시나리오를 읽어보는 편이에요. 이제 더 다른 특이한 제의가 많이 들어올 것 같다고요? 그럼 저야 좋죠. 저는 항상 열려 있답니다."

심은경과 일탈은 어울리지 않는다. 지난 9월에 20일간 혼자 여행을 가본 게 전부다. 그는 "일탈을 했다가 '잘못되면 어쩌지?' 걱정한다. 그럴 바에야 일탈은 안 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라고 또 웃었다. 그러면서 그는 "연기하는 순간이 가장 행복한 것 같다"고 말했다.

"촬영 직전까지 걱정하는 경우가 많아서 긴장하는 경우가 더러 있어요. 그런데 연기하는 순간에는 제가 어떻게 촬영하는지 잘 몰라요. 집중하면 확 빠져드는 스타일이거든요. 진심을 보이는 연기를 하자는 게 제 신조인데, 아무 생각 없이 그 감정에 빠져서 연기하는 데에 저도 모르게 희열을 느껴요. 그런 점이 고민은 돼도 연기할 힘으로 작용하는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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