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eat는 집] 분위기 잡을때 썰어먹는 재미 스테이크 요리

입력 2016-10-20 04:55:02

'오늘 스테끼 쓸(썰)러 갈까?' 한때 이 말은 이성을 유혹하는 데 꽤 '먹히는' 작업 멘트였다.

4050세대들에게 스테이크는 문화 수준과 재력을 과시하는 유용한 수단이었으니 말이다. 샥스핀, 캐비어 같은 럭셔리 요리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소설이나 영화 같은 가상공간에서의 일이었다.

국이나 찌개로 끓여서 온 가족이 먹는 한국의 육식 문화에서 피가 뚝뚝 흐르는 고기를 두껍게 썰어서 먹는 스테이크는 낯선 음식이었다. 초창기 호텔에서 스테이크를 주문한 어르신들이 생고기가 나오자 불판은 언제 나오냐고 물었다는 일화들이 전해진다.

일반적으로 스테이크는 유럽식, 미국식으로 구분된다. 정갈한 테이블 세팅에 수프, 빵, 생선구이, 샐러드, 라자냐, 아이스크림, 커피까지 즐겼다면 유럽식 코스 요리이고, 책받침만한 고기 덩어리와 씨름하다 반쯤 남기고 나왔다면 미국, 호주식으로 보면 틀림없다.

스테이크 요리에서 가장 까다로운 건 불 조절. 우선 익힌 정도에 따라 명칭이 모두 다르다. 통상 웰던(익힌 것), 레어(살짝 구운 것), 미디엄(중간)이 일반이지만 까다로운 유럽 식당에서는 블루나 미디엄 레어를 넣어 5, 6단계로 세분화하기도 한다. 30년 경력의 김홍두(63) '무무스' 셰프는 이 중 웰던이 가장 어렵다고 말한다. 완전히 익히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을 유지해야 하고 오래 구우면서도 육즙도 살아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날고기에 대한 거부감이 크고 손님과 주방 사이 '익힘'에 대한 시각차가 있어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스테이크 입문의 까다로운 과제 중 하나가 다양하고 세분화된 스테이크 종류. 안심, 등심이 대표적 요리이지만 티본(T자 모양 뼈에 한쪽엔 안심, 다른 쪽엔 등심 배치), 블레이드(어깨 부위), 서로인(sirloin, 허리끝살), 채끝살, 샤또브리앙(안심의 한 부위) 등 다양한 종류들이 있다.

고급 코스 요리로 10만원짜리가 있는가 하면 마트에선 2천~4천원(100g)에 스테이크용 고기를 팔기도 한다. 우아한 양식당이든 집안 식탁이든 온 가족끼리 모처럼 '스테끼 한 번 쓸어' 보면 어떨까.

◆수성못 입구 '무무스'

#안심도 2만원대…부드러운 육질은 감동적

한우 안심 스테이크를 2만원대에 먹을 수 있는 곳이다. 보통 수입육으로도 이 가격에 맞추기 힘든데 선결제 매입으로 단가를 낮추고 있다. 무무스(대표 김경희)는 블로거들 사이 부드러운 육질로 유명한데 비밀은 숙성법에서 찾을 수 있다. 부위별로 최장 40일까지 냉장 보관을 하는데 이 과정에서 육질의 품질이 결정된다. 프린스호텔 출신 김홍두 셰프가 양식 요리를 총괄한다. 고급 요리인 티본스테이크, 안심 중에서도 가장 부드럽다는 샤또브리앙도 2만원대이다. '세계 10대 슈퍼 푸드'를 주 재료로 쓰는 샐러드 바도 주목할 만하다. 이탈리아 전채요리 안티파스토를 샐러드부터 아이스크림, 과일 주스, 커피까지 5천원에 즐길 수 있다.

대표요리: 안심스테이크(2만5천원)/ 샤또브리앙(2만8천500원)/ 티본스테이크(3만5천500원)

주소: 대구 수성구 상동 510-1

전화번호: 053)762-7555

◆황금동 '더키친 노이'

#유럽식 코스 요리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유럽파 셰프인 장원용(40) 씨. 대학을 졸업하고 선망의 대상이었던 대기업에 들어갔지만 어느 날 운명처럼 이탈리아 요리에 꽂혔다. 돌이 겨우 지난 아들을 남기고 이탈리아로 유학을 떠났다. 2년여 기간 유학 후 서울 강남의 한 양식당에서 4년 동안 스테이크를 구웠다. 작년 대구에 자리를 잡은 장 대표는 정통 유럽식 스테이크를 메뉴로 내놓았다. 7, 8가지가 나오는 코스 요리는 손과 품이 많이 가 웬만한 정성과 철학이 없으면 시도하기 힘들다. 연어 카르파치오, 소고기 가지말이, 미트볼 오븐구이, 콩 스튜 등 다양한 요리를 전문 셰프가 조리한다. 소금, 후추, 올리브 오일, 소스만으로 원재료의 맛과 향을 살려낸다는 정통 이탈리아식으로 조리한다. 유럽식 코스 요리를 즐기고 싶다면 최적의 대안이 아닌가 한다.

대표요리: 런치 코스(2만5천~3만8천원)/ 디너 코스(5만5천~9만5천원)

주소: 대구 수성구 황금1동 130-6

전화번호: 053)741-7272

◆앞산 대명동 '모임'

#인공조미료 전혀 쓰지 않아…알목심 제맛

'격식' 있는 단체 모임이나 돌'생일 잔치를 계획하고 있다면 한번 참고할 만한 집이다. 모임(대표 정태현)에는 10~60석 규모 룸들이 마련돼 있고 간단한 생일상, 돌 잔칫상도 준비된다. 이탈리아 양식을 전공한 셰프가 유럽식 코스 요리를 전담하고 있다. 3만원 중반에 정통 스테이크 코스 요리를 즐길 수 있는 점도 큰 장점. 모임의 조리 철칙은 인공조미료를 전혀 쓰지 않는다는 점. 또 스테이크 대중화를 위해 호주산 소고기를 수입해서 쓴다. 입고된 소고기는 핏물을 뺀 후 1주일간 숙성을 거친다. 초창기엔 코스 요리만 고집했지만 고객들의 다양한 기호를 위해 지금은 단품 요리도 같이 취급한다. 빈티지풍의 실내 장식도 특색 있는 볼거리를 제공한다. 알목심(chuck eye roll steak) 같은 고급 스테이크도 맛볼 수 있다.

대표요리: 안심스테이크(코스 3만6천원, 단품 3만원)/ 알목심(코스 3만4천원, 단품 2만8천원)

주소: 대구 남구 대명9동 736-3

전화번호: 053)626-3013

◆명덕역 근처 '휴블랑'

#토시살 스테이크-바닷가재 '절묘한 궁합'

요리 전문 프로그램에서 강레오, 박준우 셰프와 자웅을 겨루었던 서문기(26) 씨가 대구에 문을 연 곳이다. 한때 숯검댕이 눈썹, 살인 미소를 내세우며 '셰프계의 송승헌'으로도 불렸다. 일찍이 호주, 스페인을 돌며 요리 수업을 받은 덕에 양식에 대한 이해와 응용이 빠르다. 서 셰프의 비장의 무기는 '서프 & 터프'로 우리말로 풀면 해산물과 소고기의 조합이 된다. 소고기는 일반적인 안심, 등심 대신 토시살이 들어간다. 터프 요리의 콘셉트에 토시살이 제격이기 때문. 토시살 스테이크의 궁합으로 바닷가재가 나온다. 컨테이너 단위로 대량 구매해 단가를 대폭 낮췄다. 미국식 스테이크의 고급육을 지향하지만 주머니가 가벼운 20대들도 이 요리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가격은 2만원대로 대폭 낮췄다.

대표요리: 서프 & 터프(2만4천900원)/ 서프, 터프 플레이트(각 1만8천900원)

주소: 대구 남구 대명동 1792-8

전화번호: 053)652-8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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