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경제 낙수효과 사라져

입력 2016-10-18 04:55:02

대기업 매출 1% 늘면 3차 하청업체는 0.005%↑

기업들의 상황이 심각하게 나빠지면서 경기 전망이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는 가운데 떨어진 실적 때문에 낙수효과도 일어나지 않고 있다. 대기업과 하청업체 이익 격차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매일신문 DB
기업들의 상황이 심각하게 나빠지면서 경기 전망이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는 가운데 떨어진 실적 때문에 낙수효과도 일어나지 않고 있다. 대기업과 하청업체 이익 격차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매일신문 DB

정부는 최근 올 경제성장률을 기존 전망(3.1%)보다 0.3%포인트(p) 낮춘 2.8%로 예측했다. 한국은행은 2.8%에서 2.7%로 낮춘 상태이고 국회예산정책처도 2.7%로 예상했다. 민간기관의 전망은 더 어두워서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2.5%를 예상했다. 상반기 3.0%에서 하반기 2.1%로 곤두박질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는 산업계, 다시 말해 기업들의 상황이 심각하게 나빠지고 있다는데 이유가 있다. 실제로 경기 전망이 어두워지면서 기업 실적이 떨어지고, 떨어진 실적 때문에 낙수효과도 일어나지 않고 있다. 대기업 매출 증가가 하청업체 이익에 미치는 이른바 '낙수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대기업과 하청업체의 이익 격차가 벌어지면서 서민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바닥으로 떨어진 기업 환경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2곳 중 1곳이 신입과 경력을 포함한 신규 채용 규모를 지난해보다 줄이겠다고 했다. 주된 이유가 경제와 업황이 좋지 않아서와 내부 상황이 어려워서다.

기업들의 경기 전망도 밝지 않다. 산업연구원이 462개 제조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3분기 전망 제조업 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매출 BSI와 수출 BSI가 각각 97과 98로 지난 2분기보다 각각 3p, 1p씩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BSI는 100을 기준으로 그 이상이면 전분기보다 경기가 좋아질 것이란 전망이 더 우세하다는 것을 뜻하고 100 미만이면 그 반대를 의미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실적이 좋을리는 만무하다. 기업 경영 성과를 다루는 한 인터넷 사이트에 따르면 500대 기업 가운데 금융사와 2015년 사업보고서'연결감사보고서 미제출 기업을 제외한 380개 기업의 이자보상배율을 조사한 결과 3년 연속 1 미만인 기업이 33개사(8.7%)에 달했다. 이자보상배율이란 기업의 채무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이다. 1보다 작을 경우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한다는 의미다.

최근 한 경제지가 입수한 외국 글로벌 구조조정 회사의 '기업 부실화지수'(CDI)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3분기 안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등 부실화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군'은 199곳으로, 조사 대상 상장사 1천325개의 15%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부실화 위험은 대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삼성'현대차'LG 등 시가 총액 기준 15대 대기업 그룹 소속 계열사 109곳 가운데 30여 곳도 2년 내 부실화 가능성이 있는 위험군으로 집계됐다.

◆하청업체 이익 감소

기업 환경 악화는 하청업체들의 이익 감소에도 그대로 투영됐다. 1~3차 하청업체의 이익률 하락은 서민 경제에 반영돼 체감 경기를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수출입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비공개연구용역 '수출의 국민경제 파급효과 분석'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수출대기업의 매출액 1% 증가에 따른 하청업체의 매출액 증가는 1천 분의 5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수출 대기업의 영업이익률에 비해 하청업체의 영업이익률은 지극히 낮았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2011년부터 2014년 영업이익률이 9.63%였지만, 하청업체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5.20%에 불과했다.

수출 대기업의 매출 증가가 하도급 기업들의 매출 증가로 이어지는 규모가 작은 이유는 글로벌 아웃소싱의 증가, 부당한 납품단가 인하 요구의 지속, 그리고 하도급 기업들 간의 경쟁 심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때문이다.

고용에 대한 낙수효과도 사라졌다. 지난 14년간 수출이 증가할 때, 중소기업은 고용이 증가하고 대기업은 임금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 중 수출 비중인 수출집약도가 10%p 증가할 때 500인 미만 중소기업의 고용은 4.1% 증가했고, 500인 이상 대기업의 고용은 3.7% 증가했다.

반면 수출집약도가 10%p 증가할 때 상여금은 대기업이 4.7% 증가하고, 중소기업은 1.5% 증가하는 것에 그쳤다.

※낙수효과=고소득층의 소득 증대가 소비 및 투자 확대로 이어져 저소득층의 소득도 증가하게 되는 효과를 가리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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