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오락가락 유권해석에 혼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지 12일로 꼭 2주째를 맞지만, 공공기관과 사회 곳곳에서 법 해석과 적용을 둘러싼 혼선은 여전하다.
스승에게 카네이션 한 송이도 선물하지 못한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카네이션 금지법'으로 희화화하기도 하지만 정작 주무기관인 국민권익위원회는 인력 부족으로 이런 혼선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투명한 사회를 만드는 '첫걸음'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이 법이 정착되기 전까지 상당한 진통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 지자체 '여전히 아리송'
전국의 지방자치단체가 청탁금지법으로 여전히 혼란을 겪고 있다. 혼선을 빚는 사안도 가지가지다. 제주도 청렴감찰관 부서에는 얼마 전 '공무원이 동창회장인데 동창회 때 협찬을 받아도 되는지'에 대한 질의가 들어왔다. 회장 자격으로 받는 것이니 문제가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들지만 확실하게 답변할 수 없어 권익위에 질의했지만, 아직 회신이 없다.
부산에서는 지난 4일 부산의 한 공무원이 금품을 수수해 김영란법 위반 혐의가 의심된다며 동료 공무원이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증빙서류를 제출하지 않은 데다가 돈을 받았다는 시점이 청탁금지법 시행 전인 올해 6월인 것으로 나타나 수사에 진척이 없는 상태다. 공무원도 이 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한 셈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학교 동창, 친구와의 식사도 직무와 관련성이 있는지 명확지 않아 일반인과의 식사를 자제하는 분위기"라며 "법의 취지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직무 관련성 때문에 일반인과의 접촉을 꺼리고 있다"고 전했다.
◇ 학교도 아리송하기는 마찬가지
학교 교직원들은 이 법이 사회 정서와 동떨어진 면이 있다며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경기도 용인의 한 초등학교 교감은 "법률이 너무 어렵다. 우리 학교 청렴담당관인 나조차도 법률 해석을 명확하게 하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이 교감은 "상급학교 진학시 교장, 담임추천서가 필요한 학부모들이 찾아와 건넨 '잘 부탁한다'는 말조차도 부정청탁에 해당한다"며 "이 법에 따르면 이런 경우 학부모에게 단호히 대응하고 담당관에게 신고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정서와 맞지 않는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대구시교육청은 수시로 교육 담당 기자들을 상대로 해오던 정책설명회를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에는 전혀 못 하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그동안 정책설명회가 끝난 후 기자와 함께 점심을 먹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은 어떻게 해야 할지 아직 모르겠다"고 말했다. 시교육청 한 직원은 정책설명회를 공식행사가 아닌 원활한 직무수행으로 봐 3만원 미만 음식물 제공이 가능한지 권익위에 문의했지만 아직 아무 답변을 받지 못했다.
◇ 법원도 '혼란'
청탁금지법 시행 후 과태료 처분을 담당할 법원도 크게 당혹해 하고 있다. 가뜩이나 재판·사무 업무가 많은 법원은 수사권도 없는 업무 특성과 열악한 인적 구조 등이 겹쳐 법 시행 후 이래저래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법 신고 처리 절차 등에 따르면 신고자는 권익위와 감사원,감독기관,소속기관 등에 법 위반 사항을 신고할 수 있다. 이 중 중대한 사건은 수사와 입건, 기소를 거쳐 형사재판으로 넘어간다. 또 상대적으로 가벼운 과태료 처분 사안도 법원이 맡는다.
법조계는 벌써 걱정이 태산이다. 처분 대상자가 법 위반 사실을 부인하거나 불복할 가능성이 커 다툼이 빚어지면 처분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법원은 과태료 대상자의 소속기관에서 의뢰한 처분 내용을 자세히 검토한 뒤 부실하면 보완 지시를 내리고, 추가 보완에도 입증 내용이 부실하면 '해명자료 불충분'으로 과태료 처분을 기각한다는 방침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청탁금지법은 사실관계부터 다툼의 여지가 큰 데 과연 현 법원 시스템 내에서 이를 소화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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