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무대 서는 '불안감' 객석 꽉 찬 환호 '자신감'으로
대구시립교향악단이 9월 26일부터 10월 4일까지 독일, 체코, 오스트리아 3개국 순회연주를 마치고 돌아왔다. 창단 52년 만에 첫 유럽공연이었다.
줄리안 코바체프 상임지휘자를 비롯한 90여 명의 단원들은 유럽 공연을 앞두고 걱정이 많았다. 서양음악의 본고장에서, 그것도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비웃음'을 사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출국 전에는 물론이고 순회 일정 중에도 쉴 틈 없이 연습했고 컨디션 조절에 집중했다.
대구시향 입단 32년째인 바이올린 연주자 안미경 씨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대구시향이 엄청나게 성장했음을 유럽 순회공연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3회 공연 중 체코와 오스트리아 공연은 만석이었고, 독일 베를린 필하모니홀 공연도 2천400석 중 2천 석 넘게 입장권이 팔렸다.
안 씨는 "입장권 판매도 판매지만 연주가 끝날 때마다 관객들이 환호와 찬사,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내준 덕분에 단원들이 자부심과 자신감으로 충만했다"고 말했다.
유럽의 음악 애호가들은 개인의 역량보다 그룹의 능력, 오케스트라의 역량을 통해 도시전체의 역량을 가늠한다. 뛰어난 솔로는 천재적 능력이나 개인적 노력으로 탄생할 수 있지만 '오케스트라의 역량'은 각 도시의 경제적'문화적 수준이 받쳐주지 않으면 높아지지 않기 때문이다.
안 씨는 "오케스트라의 역량으로 도시의 역량을 평가한다면, 대구시향은 세계 어느 도시에서라도 대구를 자랑할 수 있을 만큼 성장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비엔나에 본부를 두고 있는 공연예술 기획사 WCN 관계자도 "이처럼 성공한 공연은 현지 오케스트라의 공연에서도 드물다"고 평가했다.
안 씨는 "대구콘서트하우스는 해가 지면 어둠 속으로 사라지지만 유럽의 공연장들은 야간에 공연장 외면에 화려한 조명을 쏘아, 어둠이 내리면 공연장이 새로운 느낌으로 재탄생한다. 그래서 공연이 있든 없든 공연장 주변에는 노천카페를 비롯해 기념품점, 이동식 의류점 등 상권이 형성되고 관광객들이 넘친다. 그런 점은 대구 공연장들도 벤치마킹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실 우리는 서양음악을 들여오면서 악보, 악기, 기술만 들여왔다. 공연이 공연만으로 끝나는 것이다. 음악과 산업을 패키지 상품으로 묶어내려는 전략이 우리에게는 부족하다. 대구시향의 유럽공연이 음악 그 자체로는 성공을 거두었음에도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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