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차바'로 인해 포항·경주 등 지역에서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특히 경주에서는 2명의 주민이 사망·실종해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또 774.8㏊의 농경지가 물에 잠기고 도로와 하천, 체육시설 등 28곳에서 피해가 났다. 짧은 시간에 155㎜의 비가 쏟아지면서 지대가 낮은 포항시 남구 효자동과 북구 장성동 일대는 쑥대밭이 됐다.
이번 주말 남부지방에 또다시 많은 비가 예보돼 피해 지역 주민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재난에 대비하는 당국의 자세나 대책을 생각하면 한숨이 나오는 상황이다. 상습 침수 지역이자 2009년에 이미 재해위험지구로 지정된 포항 효자시장 일대는 빗물을 빼내는 관로조차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효자 빗물펌프장은 착공한 지 근 2년이 되는데도 여전히 공사 중이다. 분당 180여t을 처리할 수 있는 장성동 빗물펌프장은 밀려드는 빗물을 처리하지 못해 사실상 무용지물이었다. 재난 예측이 잘못돼 충분한 대비책을 세우지 못한 결과다.
태화강 범람으로 가장 큰 침수 피해가 난 울산 중구 태화시장도 마찬가지다. 혁신도시를 건설하면서 충분한 배수로를 내지 않았고, 인근 하천에 수문과 펌프장조차 없어 대책이라고 말하기조차 민망할 정도다. 포항'울산의 사례는 2010년 7월 집중호우로 많은 주택이 침수 피해를 입은 대구 북구 노곡동과 판박이다. 당시 배수펌프장 배수구가 온갖 쓰레기로 막혀 전혀 기능을 못했다. 당국의 부실한 관리가 피해를 키운 것이다.
이렇듯 수많은 자연재난을 따져보면 사람 때문에 피해가 더 커진 인재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도 정부나 지자체 등 행정 당국은 기후환경 변화로 발생하는 불가항력의 천재지변이라고 둘러댄다. 사람의 힘으로 막을 수 없는 대형 재난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런 변명과 달리 평소 정밀한 예측과 견고한 대비책을 세웠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재난이 대부분이다.
정부·지자체 등 행정 당국은 이런 위험에서 마땅히 시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재난에 대비해 시민들이 평소 주변을 단도리하며 적극 협조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당국이 기껏 주먹구구식, 땜질식 처방만 내놓고 뒷짐 지고 있다면 작은 재난도 이겨낼 수 없다. 시민이 당국을 신뢰하지 않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비상시를 대비해 전문가를 동원해 면밀히 종합대책을 세우는 등 큰 피해를 막기 위한 책임 행정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태풍이 남긴 피해를 교훈 삼아 당국도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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