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인데 여사님? 비정규직 공무원 호칭 논란

입력 2016-10-06 20:06:16

정규직 '주무관'으로 불러, 비정규직은 '여사님' '∼씨'

경기도 수원의 모 주민센터에서 공무원 보조업무일을 하는 A(39) 씨는 비정규직 기간제 근로자다. 여러 정부 관련 기관에서 단기계약직으로 일하다 올해부터 수원의 주민센터에서 근무하는 그녀는 미혼이다. 그런데 동료 공무원들은 그녀를 '여사님'이라고 부른다. 여사의 사전적 의미는 '결혼한 여자를 높여 부르는 말' '사회적으로 이름 있는 여자를 높여 부르는 말'이다.

같은 주민센터에서 일하는 정규직 공무원들은 서로를 '주무관'이라고 부른다. 6급 이하 일반직 공무원의 대외직명(호칭)을 '주무관'으로 통일해 직원 상호 간 호칭하도록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결혼도 안 했고, 사회적으로 이름 있는 여자도 아닌 A씨는 "나 같은 계약직을 왜 여사님이라고 부르느냐"고 동료 공무원들에게 물었다가 "위에서 그렇게 부르기로 했다"는 황당한 답변을 들었다.

A씨 같은 비정규직 근로자는 성별과 나이에 따라 달리 불리고 있다.

보통 6급 이하 주무관보다 어린 계약직 근로자는 '∼씨'라고 부르고, 남자 계약직 근로자는 '선생님'으로 호칭한다. 나이가 어리지도 않고 남자도 아닌 40대에 가까운 A씨의 경우 일반 정규직 공무원들이 '~씨' 또는 '선생님'으로 부르기 모호하니까 '여사님'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A씨는 민원인에게도 '선생님'이라고 호칭을 부르는 시대에 한 직장 한 공간에서 함께 일하는 여성을 '여사님'이라고 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생각했다.

계약직이라고 무시하는 건지, 하대받는 느낌이 참으로 싫다는 그는 여러 날 고민 끝에 수원시 전체 계약직 근로자를 대신한다면서 호칭 개선을 수원시인권센터에 요청했다. 여사님이라는 차별적인 호칭 대신 '∼씨'나 '선생님'으로 불러달라는 것이다.

A씨의 민원을 접수한 수원시인권센터가 여사님이라는 호칭에 인권침해 요소가 있다고 판단해 호칭 제도 개선에 나섰다.

수원시인권센터가 확인해 보니 강원도와 제주도, 경찰청이 6급 이하 일반직 공무원과 비정규직 근로자를 모두 차별 없이 '주무관'으로 통일해 부르고 있었다. 행정자치부와 경상북도, 전라남도는 '실무원'으로 호칭하고 있었다. 그러나 대다수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비정규직 근로자를 수원시 사례처럼 '여사님' '∼씨'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시인권센터는 13일까지 설문조사를 마무리한 뒤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원하는 호칭대로 제도개선을 하도록 시에 권고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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