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티 길 만든 '유공자' 3인방 채희복·여영환·최진영

입력 2016-10-06 04:55:05

실무·문화·스토리텔링 분담, 싸우며 격려하며 명품길 조성

한티 가는 길을 걸으면서 제일 먼저 길옆에 달린 리본들과 만난다. 30m 간격으로 달아놨다고 하니까 약 2천 개가 달린 셈인데 자세히 보면 3, 4개가 한 세트로 되어 있다. 대략 8천 개가 넘는다.

한티 길이 열리기까지 27억원의 예산이 들어가고 연인원 4천여 명이 투입되었지만, 그 과정에서 특별히 기억되는 사람들이 있다. 채희복(73) 사진작가, 여영환(53) 신부, 최진영(50) 칠곡군 계장이다.

맨 처음 칠곡군에서 한티 가는 길 청사진이 나왔을 때 군수의 호출을 받은 건 최 계장이었다. 농림정책과에서 25년 잔뼈가 굵은 그는 칠곡군 내 모든 산악지형, 지적(地籍)에 정통했다. 중장비, 토목, 측량공사를 주도하며 선(線)을 그어 나갔다.

한티 길이 행정, 관료 발상의 단계에서 주춤할 때 숨통을 틔운 건 여영환 신부였다. 그는 다소 밋밋한 등산로에 신앙적 경건함과 인문학을 입히고 스토리텔링을 접목했다. '비슷한 코스가 1시간 이상 지속되면 지루하다'는 지론을 내세워 코스마다 호수, 재, 정자를 접목한 것도 그의 발상이었다.

한티 길이 중반에 접어들었을 때 '이 길을 내면서 나에게 연락도 안 하다니' 하고 발끈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채희복 사진작가다. 채 작가가 투입되면서 한티 길은 날개를 달았다. '팔공산 왕건길'에 참여한 경험과 노하우가 그에게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매주 2회 삽과 톱을 들고 등산로 정비에 나섰다. 등산로가 어느 정도 완성되자 그는 지인들을 한티 길에 '초대'하기 시작했다. "한티에 기가 막힌 길이 있는데 미리 한번 걸어봐. 대신 톱을 가지고 와." 그의 극성스러운 전화에 지역 산악인, 문화계, 스님들까지 단체로 '부역'에 동원되었다.

이 셋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길을 내면서 의기투합했지만 항상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의견 차이로 때론 마찰을 빚을 때도 있었다. 여 신부가 살짝 들려주는 후일담 하나. "한번은 의견 다툼 후 '당신들과 다시는 일 안 해' 해놓고 며칠 후 궁금해서 현장에 몰래 갔는데 다 거기에 모여 있는 거예요. 어쩔 수 없이 화해하고 다시 톱질을 시작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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