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기고-대구경북학 정립하자(4)] 대구시사(大邱市史)를 편찬할 때이다

입력 2016-10-04 04:55:06

우리 시대의 주류는 세계화라는 흐름과 집중화라는 추세이다. 돈과 권력, 심지어 사람까지 세계적 이동이 만연하지만, 일부 지역에 쏠려버려 대다수 지역의 많은 사람들은 헐벗은 상태에 놓여 있다. 이처럼 극심한 사회 불평등의 한 지표가 바로 지역 간 불평등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지방분권화이고 그 목표는 지방 살리기이다.

냉정히 말해서, 지방 살리기는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재력, 권력, 인력 등 동원할 수 있는 자원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그에 못지않게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책을 강구하려는 의지력과 결단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치분권시대를 열어가자는 주장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런데 당연한 자치분권시대가 왜 여태까지 현실 사회에 등장하지 못하는가? 물론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입장과 처지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여기서 한 가지만 들자면, 지역민 스스로 자기 지역에 대하여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이다. 아는 것만큼 사랑한다는 말이 있듯이, 지역을 알아야 애착심도 갖게 된다.

지역을 아는 일 역시 여러 가지 방책으로 가능하다. 그 가운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역에 대한 올바른 기억과 성찰이다. 개인의 기억과 마찬가지로 집단의 공동기억도 기록하지 않으면 곧 잊고 만다. 그리고 역사에 대한 성찰을 게을리하면, 결국 변방의 위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역사를 반복할 따름이다. 남들이 시키는 대로 행하고 베풀어주는 대로 살아가는 처지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이다. 이는 우리 지역민 스스로의 기억과 성찰이 빠진 그 빈자리를 외부세력의 주장과 영향이 차지하기 때문이다.

대구 지역민의 공동기억과 집단성찰을 달리 이름 지으면 그것은 시사 편찬이다. 대구시사(大邱市史)는 지역정체성 정립의 토대이자, 대구 지역사회에 관한 학문적 원천을 제공한다. 왜냐하면 대구지역 각계각층 전문가들이 주축이 된 집단지성의 결실이자, 이러한 집단지성의 미래 활동을 견인하는 통로이기 때문이다. 대구시사는 그만큼 엄정한 대구지역의 기록으로서 막중한 대구 시민의 성찰을 담아내야 할 것이다.

시사 편찬은 지역정체성을 찾는 작업의 출발점이다. 흔히 지역축제의 기획이나 도시브랜드 개발의 밑바탕이 되는 것이 지역정체성이라고 한다. 결국 시사 편찬은 지역정체성 정립의 나침반을 제공하여, 다양한 시정운영의 정책 기조와 방향을 안내하는 이정표가 된다.

대구시사는 1973년에 총 3권 발간된 이후 22년이 지난 시점인 1995년에 총 6권을 발간하였다. 그로부터 21년이 지났다. 당장 편찬위원회가 구성되고 집필위원회가 활동한다 하더라도 2017년 간행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 이유는, 1995년도의 경우 두 위원회와 영역별 집필진에 참여한 인원을 더하면 모두 105명에 이르고 분량도 6천506쪽(본문 5천606쪽과 자료 900쪽)에 달할 만큼 방대하며, 그 질적 수준도 높아 참고문헌으로 인용될 정도로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은바, 이처럼 많은 전문가를 섭외하고 집필영역과 목차를 정하는 일이 결코 만만치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대략 20여 년이 지난 시점부터 다시 준비했어야 하는데, 최적기를 놓친 점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지방자치를 생각하면 무척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지금이라도 대구시사 편찬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1995년 1월의 발간사 가운데 이런 내용이 있다. "대구시사는 우리 고장 대구의 위상과 입지를 새롭게 가다듬고… 세계 속의 주역 도시로 떨쳐나갈 웅대한 미래상과 튼튼한 설계, 참된 시민정신을 정립하고 향토애를 북돋워 나가는 데 뿌리가 되어 줄 것…." 진정 그런 날이 다가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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