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 영업, 깔세매장을 아시나요?

입력 2016-10-04 04:55:06

보증금 없이 월세 대납 한자리서 3개월 넘지 않아, 대표적 불황형 매장 꼽혀

경제불황으로 보증금 없이 월세를 선납한 후 장사를 하는 깔세매장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오후 대구 남구 봉덕동 인근 대로변에서 한 깔세매장이 영업을 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경제불황으로 보증금 없이 월세를 선납한 후 장사를 하는 깔세매장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오후 대구 남구 봉덕동 인근 대로변에서 한 깔세매장이 영업을 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점퍼 1만원, 티셔츠 3천900원…'.

지난달 29일 오전 11시 대구 남구 도로변의 한 상가. 2층짜리 건물 전체를 '폐업' 글자가 적힌 대형 플래카드가 뒤덮고 있다. 그 밑에는 '생산공장 부도로 인하여… 완전 정리합니다'라는 문구도 선명하다. 매장 앞 좁은 인도에 마련한 간이 진열대에는 신발, 티셔츠 등 의류와 잡화가 놓였다. 99㎡ 남짓한 매장 안에도 옷걸이마다 형형색색의 아웃도어와 신발 등이 즐비했다. 안이나 밖이나 많은 물품만큼이나 쇼핑객들이 붐볐다.

이곳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등산복 매장이 1, 2층에 자리하고 있었지만 최근 폐업했다. 한동안 비어 있던 상가는 지난달 24일부터 깔세매장이 차지했다. 불황을 타고 속칭 '깔세'매장이 호황이다. 깔세는 보증금 없이 월세를 선납하는 방식으로 입점해 박리다매로 물건을 파는 것을 말한다. 보통 한 자리에서 영업하는 기간이 3개월을 넘기지 않는다. '임차료를 먼저 깔고 장사한다'는 뜻에서 깔세라 불린다.

깔세는 주로 사철 등산복이나 화장품, 생활 잡화 등을 취급한다. 고정 세입자가 아니라 단기간 치고 빠지는 식이어서 대표적 불황형 매장으로 통한다. 기존 세입자가 임차 계약 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폐업하면 은행 대출금 등이나 갚을 요량으로 깔세를 놓기 때문이다.

실제로 깔세는 법률상 전대차(轉貸借) 형태가 다수다. 원(原) 세입자 즉, 1차 세입자가 다른 2차 단기 세입자와 임대차계약을 맺는다. 깔세는 1차 세입자가 임차 기간 도중 폐업하거나 다른 자리로 옮길 때, 남은 계약 기간에 원래 가게 자리를 활용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인 셈이다. 깔세 입장에선 목돈이 들어가는 권리금이나 굳이 간판을 달지 않아도 돼 자본금 면에선 유리하다. 깔세가 많아지는 주된 이유로는 불황에 증가하는 상가 공실률이 꼽힌다. 경기가 나쁘면 폐업하는 매장이 늘고, 세입자나 건물주 입장에선 상가를 놀리기보다는 깔세라도 받아야 한다. 비싼 권리금도 한 요인이다. 임차인이 가게를 접고 빠지려고 해도 비싼 권리금이 새 임차인을 가로막는다.

깔세는 한편으론 불황의 틈새시장이지만 주변 상인들은 이를 달갑게 보지 않는다. 한 상인은 "몇백만원씩 월세를 주고 있는 기존 상인 입장에선 몇 달 장사하고 빠지는 깔세매장에 손님을 뺏겨야 하는데 깔세를 반길 리 없다. 특히 깔세는 싸게 판다는 인식으로 상권의 가치까지 떨어뜨린다"며 불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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