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미화 칼럼] 정세균 방지법 제정하라

입력 2016-10-03 04:55:05

입법부 수장은 중립 위해 당적 포기

국회의장 편향성, 정치 발전에 퇴행

어떤 일이 있어도 국회는 굴러가야

정치사상 첫 집권 여당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의 단식이 일주일 만에 중단됐다. 이 대표가 목숨을 걸면서까지 이루려고 했던 정세균 의장의 사퇴는 이뤄지지 않았다. 미완의 단식이다. 이 대표가 원했던 정세균의 국회의장직 사퇴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해결해야 할 더 중요한 숙제는 그대로 남아 있다. 그러나 이제는 이정현 대표 혼자 버둥거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국민 모두가 알게 됐다. 국회의 질적 성숙과 건전한 운영에 관건인 국회의장의 중립의무를 법적으로 명문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이정현 대표가 야당의 단골 무기이던 단식에 돌입한 것은 순전히 더불어민주당 6선 의원 출신 정세균 국회의장 때문이다. 정 의장은 4'13 총선 민심을 받든 국회 최다선 서청원 의원(8선)이 양보했기에 입법부 수장에 취임할 수 있었다. 그런데 '미스터 스마일' '정치판의 신사'라던 별칭을 달고 살던 정 의장은 어쩐 일인지 야당 편향성을 즐기고 있다.

한두 번도 아니고, 세 번씩 그랬다. 국회의장의 야당 나팔수 노릇은 모두 9월 한 달 안에 다 일어났다. 상습범이 될 우려가 다분했다. 좀 심하다고 느꼈는지,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조차 이미 말했다. "정(세균) 의장이 3번이나 홈런을 쳤다"고 말이다.

야당 성향, 혹은 야당인들이 보면 홈런일지 모르겠지만, 여당의 입장에서 보면 "무슨 국회의장이 경우없이 저러나"라며 뚜껑 열릴 파울이고,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입법부의 수장인 국회의장이 뭐 할 짓이 없어서 '나쁜 선수'를 자청하며 국회의장발(發) 파행을 빚는지 납득 불가이다.

박지원 원내대표가 홈런이라고 표현한 정세균의 야당 편향적 행동은 국회 개회사, 방미 일정 수행,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통과시킬 때 등에서 나타났다. 세 번 다 관행을 무시했다거나 법적인 정당성 논란에 휩싸여 있다. 오죽하면 박지원 원내대표조차 새누리당이 국회의장의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거론하는 '정세균 방지법'이 필요하다고 했을까.

기실 야당이 눈엣가시처럼 생각하고 있는 김재수 농식품부장관의 해임건의안은 역대 장관들의 해임건의안과는 달리, 요건조차 갖추지 못했다. 이미 청문회 과정에서의 3대 의혹은 다 해소됐고, 장관직을 수행하면서는 어떤 해임 사유도 발견되지 않았다. 야 3당이 해임건의안을 밀어붙일 명분이 없다. 그런데도 정세균 의장은 김부겸 의원에게 김재수 해임건의안을 밀어붙이게 된 상황을 설명하면서 세월호(특조위 연장)나 어버이연합청문회와 딜을 하려고 했으나 (새누리당이)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으니 없던 일로 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속내를 발설한 '맨입 녹취록'이 터져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재수 해임건의안을 밀어붙이기 위해 국회법(77조)에 명시된 교섭단체와의 협의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차수를 변경해서 회부했다.

정 의장은 "차수 변경을 통보했다"고 했지만 언어도단이다. 언제부터 대한민국 국회 교섭단체 간 협의가 국회의장의 일방적 통보로 바뀌었나. 국회가 막가파식 권력을 휘두르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런데 정세균 의장은 왜 그랬을까. 나라가 잘 돌아가고, 현 정부가 성과를 내면 수권의 기회가 오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무리들처럼 조급함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일이다.

이제 이정현 대표의 단식은 끝났고, 국회의장발(發) 분란을 일으킨 장본인인 정세균 국회의장은 향후 누군가 의장직을 수행하더라도 중립의 신성한 의무를 지키지 않을 수 없게끔 '정세균 방지법' 제정에 앞장서야 한다. 무(無)수저 이정현이 쏘아 올린 정치적 승부수는 불발로 끝났지만, 이 대표가 행한 미완의 단식이 의회민주주의의 중심 역할을 할 국회의장의 중립성 담보를 끌어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이제라도 여야는 정세균 방지법 제정에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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