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환 능력 없는 빚, 최대 90% 탕감

입력 2016-09-27 07:13:37

금융위, 채무조정 개선안 확정

대구 북구 칠곡에서 마트를 운영하는 이모(50) 씨는 요즘 빚 갚을 걱정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7년 전 마트 운영을 위해 4억원의 빚을 졌지만 채무를 갚을 수 없었다. 결국 3년 전 신용회복위원회(신복위)의 문을 두드린 이 씨는 2억원을 감면받고 나머지 2억원을 7년에 걸쳐 갚기로 약속했다. 이후 열심히 일해 1억원을 갚은 이 씨는 조금만 더 고생하면 채무의 굴레를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달 건강검진을 받으러 병원에 갔다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소식을 들었다. '당뇨병' 판정을 받은 것. 더 이상 일할 수 없는 처지가 된 이 씨는 "신복위에서 2년간의 상환 유예 조치를 해줬지만 2년 뒤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고 했다. 다행히 이 씨와 같은 '성실 상환자'는 추가로 정부의 도움을 받게 됐다.

◆채무 지원 일반 채무자도 90% 감면받을 수 있어

이르면 연말부터 국민행복기금과 채무조정 약정을 체결한 일반 채무자도 빚을 갚을 능력이 없는 것으로 파악되면 최대 90%까지 빚을 탕감받을 수 있게 된다. 또 채무조정 신청 후 빚을 성실히 갚아 나가는 사람이 중간에 상환을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금융 지원이 더욱 확대된다.

금융위원회는 26일 임종룡 위원장 주재로 열린 금융발전심의회 확대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서민'취약 계층 채무 부담 경감을 위한 채무조정 개선 방안을 확정했다.

그동안 국민행복기금은 기초수급자와 중증장애인, 70세 이상 고령층을 제외한 일반 채무자에게 30∼60%의 원금감면율을 적용해 왔지만, 일반 채무자라도 취약 계층과 같은 최대 90%의 감면율을 적용키로 한 것이다. 다만, 기금 내 채무조정위원회가 소득 정보를 토대로 채무자가 빚을 갚을 능력이 정말 없는지를 면밀히 파악해 감면율을 결정하기로 했다.

감면율 확대 적용은 연체 기간 15년 이상인 장기 채무자를 상대로 우선 적용하고, 향후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키로 했다. 또 신용회복위원회 채무조정 때 신용회복 지원협약 대상에서 제외된 일반채권은 원금 감면이 어려웠지만, 기초수급자 및 중증장애인에 한해 일반채권도 30%까지 원금을 감면해 주기로 했다. 채무조정 신청 후 빚을 성실히 갚는 사람에게는 지원을 확대, 우선 '성실 상환자'로 인정받기 위한 성실 상환 기간을 12개월에서 9개월로 줄이기로 했다.

◆60% 이상 빚 갚은 채무자에게 8% 고금리 적금 가입

약정액의 60% 이상을 갚은 성실 상환자에게는 연 8%의 고금리를 적용받는 '미소드림적금'에 가입할 수 있게 해 '재테크'를 돕기로 했다. 성실 상환자에게 제한적으로 발급되는 소액 신용카드의 한도 역시 월 5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늘어난다. 또 약정액의 75% 이상을 성실히 상환하다가 사고나 질병 등 불가피한 사유로 추가 상환이 어려워진 사람에게는 잔여 채무를 감면해 주기로 했다.

'패자 부활' 기회도 확대된다. 신복위 채무조정 도중 연체가 발생한 중도 탈락자라도 한 차례에 한해 분할상환금 1회 차를 납입하면 약정이 재개될 수 있도록 했다. 채무조정 중에 추가 재산이 발견되더라도 생계형 재산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면 회수 대상에서 제외키로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 개선 방안에 별도의 법령 개정 과정이 필요 없는 만큼 기관별 내부 절차를 완료하는 대로 올해 4분기 또는 내년 1분기 중 개선안을 시행하기로 했다"고 했다.

개인 채무자를 상대로 한 구제제도(신용회복제도)는 크게 신복위와 금융회사에서 운영하는 민간 지원제도, 통합도산법에 따라 법원이 운영하는 공적 지원제도가 있고 한시적으로 설립된 국민행복기금이 장기연체채권을 일괄적으로 매입해 채무자에게 경제적 재기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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