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동영상 교사 안전교육, 체험 중심으로 바꾸자

입력 2016-09-24 04:55:02

지난해 전국 17개 교육청은 모두 520회의 교사 안전교육 연수를 실시했다. 그런데 57%인 296회가 온라인 동영상 강의 방식의 원격 연수였다. 새누리당 윤재옥 의원의 교육부 국감자료 분석 내용이다. 시'도교육청별 원격 연수 횟수는 대전이 가장 높아 60회 중 48회(80%)다. 대구시교육청은 40회 중 17회로 43%, 경북도교육청은 20회 중 13회로 60%에 이른다. 학생 안전을 책임지고 지도할 교사 연수의 절반 이상이 동영상만 보고 배운 셈이다. 형식적인 안전교육 연수나 다름없다. 알맹이 없는 빈 연수라는 비판을 받아도 교육부는 할 말이 없게 됐다.

이는 무엇보다도 교육부의 졸속 운영 탓이다. 교사 안전교육 연수는 2014년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사고와 세월호 참사 등 잇따른 안전사고에 대처하기 위한 교육부의 교육 분야 안전 종합대책으로 마련됐다. 지진을 비롯한 자연재난 대처법을 비롯해 화재와 테러 등에 이르기까지 안전과 다양한 재난에 대처하기 위해서다. 지난해부터 첫 시행에 들어갔으나 교육 프로그램을 체험보다는 동영상 강의로 짜는 바람에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연수 교사들마저 안전교육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또 전국의 초'중'고교 전체 교원을 대상으로 3년 동안 15시간의 안전 연수 이수를 의무화했으나 교육이 동영상으로 이뤄진 탓에 그 피해가 고스란히 학생에게로 이어지고 있다. 체험형 집합 연수가 아닌 상당 부분 원격 연수에 그치다 보니 학생들의 안전교육 지도 역시 동영상 수업 위주로 흐르고 있어서다. 전체 520회 교육 가운데 집합 연수는 28%인 146회에 불과하고, 집합과 원격을 섞은 복합 연수 역시 15%인 78회뿐이다. 학생 지도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는 원인이다. 머릿속 이론 교육으로 안전을 가르치는 꼴이다.

실제로 지난 12일 경주의 규모 5.1과 5.8의 강진 속에서도 학생 대피 대신 야간 자율학습을 그대로 진행한 일도 어쩌면 당연하다. 그런 강진 체험을 못 한 교사가 적절한 대피 요령을 지도할 수 없어 우왕좌왕한 일은 부실한 동영상 교육이 빚은 현상이다. 듣는 것보다 보는 것이 낫고, 보는 것보다 직접 겪는 것이 낫다는 평범한 지혜조차 교육 당국이 몰랐던 결과이다. 보여주기식 교육 행정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이러고도 위기 상황 때 수백 명의 학생 안전을 지켜주길 바란다면 과연 국민은 수긍할까. 당장 체험 중심의 교육으로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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