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안전교육 '허술' 57%가 동영상 연수

입력 2016-09-23 04:55:01

윤재옥 의원 교육부 자료 분석…작년부터 15시간 이수 의무화, 원격 연수로 이뤄져

2014년 말부터 교육부가 교사 안전 교육 연수를 시행하고 있지만 전체 연수의 절반 이상이 원격 연수로 이뤄진데다 지진 대처를 포함한 안전'재난 교육을 체험 프로그램 대신 동영상 강의로 진행해 교사들마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2014년 마우나리조트 붕괴 사고, 세월호 참사 같은 안전사고가 잇따르자 교육부는 '교육 분야 안전 종합 대책'을 내놨다. 여기에는 초'중'고 전체 교원을 대상으로 3년간 15시간 안전 연수 이수를 의무화하는 내용이 들어갔다. 연수에는 화재 원인과 예방, 지진을 비롯한 자연 재난 대처법, 테러 대처 요령 등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안전 연수 절반 이상이 체험형 집합 연수가 아니라 원격 연수로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윤재옥 새누리당 국회의원(대구 달서을)이 교육부로부터 제공받은 '2015년 17개 교육청 교원 안전 연수 현황'에 따르면 전체 520회 연수 중 57%(296회)가 온라인 동영상 강의 방식의 원격 연수로 진행됐다. 집합 연수는 28%(146회), 집합과 원격이 섞인 복합 연수는 15%(78회)였다.

대구와 경북교육청의 경우 원격 연수 비율은 대구가 전체 40회 중 43%(17회), 경북이 20회 중 65%(13회)였다. 전국에서 원격 연수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대전교육청으로 60회 중 80%(48회)에 달했다. 윤 의원은 "교사가 안전 교육을 제대로 받아야 위기 상황 때 수백 명의 학생을 지도할 수 있을 것 아니냐"며 "교육부는 원격으로 교사 안전 교육을 시키고, 국민 안전을 책임질 국민안전처는 전혀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교사들은 실습과 체험 없는 동영상 안전 교육은 실효성이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지난해 대구의 한 초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근무한 A(27) 씨는 "연수 이수 마감 시간이 촉박해지면 동영상을 재생시켜 놓고 수업을 하거나 집안일을 했다"며 "중간에 연수 내용 시험도 치는데 상식으로 충분히 풀 수 있었다. 지금 연수 내용이 뭐였는지 기억이 안 난다"고 털어놨다.

또 지난 12일 지진 당시 야간자율학습 감독을 하고 있었다는 한 고등학교 교사는 "지진이 나 교실이 흔들리고 학생들이 웅성거리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119에 전화를 걸었다. 119는 통화 중이고, 교육청에서는 연락이 없고 정말 난감했다"며 이론 위주의 원격 연수가 지진 발생 시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했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아직 집합 연수를 할 수 있는 시설이 충분치 않다. 2018년까지 유아교육진흥원, 팔공산수련원, 낙동강수련원 등 3곳에 안전체험시설이 완공되면 집합 연수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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