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도청장치 경찰이 밝혀달라"

입력 2016-09-23 04:55:01

주민 "운영 방식 항의 감시"-관리소 "원래있던 녹음 장치"

대단지 아파트에서 관리업체가 주민공동시설에 몰래 도청 장치를 설치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대구 서구의 한 아파트 주민 김모(46) 씨는 최근 아파트 관리업체에서 아파트 운영 방식에 항의하는 주민들을 감시하기 위해 도청 장치를 설치했다며 서부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일부 주민들도 "관리업체 측에서 주민공동시설인 어린이 문고 천장에 몰래 도청 장치를 설치해 주민들 간 사적인 대화를 엿들었다"고 주장했다. 관리업체와 일부 주민들은 해당 관리업체의 자격을 두고 지난 5월부터 소송이 진행 중이다.

김 씨는 "주민 간 사적인 얘기가 오가는 공동시설에 몰래 도청 장치를 둔 것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라며 "녹취한 내용은 현재 아파트 운영을 두고 관리업체와 주민 간에 벌어지고 있는 법적 다툼에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들에 따르면 어린이 문고는 동 대표 회의실 출구 쪽에 위치해 있어 회의실로 들어가려면 반드시 거쳐야 한다. 또 아파트 운영과 관련해 관리업체와 일부 주민 간 충돌도 주로 이곳에서 일어났다. 이 때문에 일부 주민들은 "아파트 운영에 대해 주민 간 의견이 오가고 충돌도 벌어지는 공간을 도청한다는 것은 숨겨진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관리업체 측은 "도청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어린이 문고는 3년 전까지 회의실로 사용돼 원래부터 녹음 장치가 설치돼 있던 곳이라고 강조했다. 관리업체 이모(52) 부사장은 "6년 전 아파트 입주 때부터 회의실 용도로 사용된 탓에 녹화, 녹음 시설까지 갖춰둔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김모(43) 관리소장은 "회의실 공간을 칸막이로 나눠 어린이 문고를 설치했고, 당시 있던 마이크가 남아 있을 뿐 도청 장치를 설치했다는 말은 결코 사실이 아니다"며 "입주 후 1년이 지나서야 관리를 맡게 됐는데 이전부터 있었던 사실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아직 수사 초기 단계로 고소인 조사만 한 상태라 명확히 밝혀진 부분은 없다"며 "추후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 등을 불러 위법 사실이 있었는지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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