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스토리] 전통 한우 국밥 전문점 '온천골'

입력 2016-09-22 04:55:02

가마솥에 장장으로 푹 끓여 할머니 손맛 낸 '소고기 국밥'

"음식점 창업은 성공률이 2%에 불과합니다." 박수근 씨는 주인이 음식 맛을 직접 챙기고 책임져야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소고기 국밥. 옛날 장터나 잔치 때나 먹을 수 있는 한우 국밥을 이제는 대구의 중심인 동성로에서도 맛볼 수 있다. 지난해 12월 대구 중구 국채보상로에서 영업을 시작한 전통 한우 국밥 전문집인 '온천골'. 경산 계양동에서 '온천골 가마솥국밥'을 운영하는 박수근 대표가 전통한우 국밥의 맛을 대구시민에게 선보이기 위해 개점했다. "대구 시민들에게 전통 한우 국밥의 맛을 선보이고 대구경북을 대표하는 맛으로 키우기 위해 대구에 직영점을 열었습니다." 박 씨는 지역 요식업계에서는 알아주는 성공신화의 주인공이다.

경산점과 대구점 등 두 곳에서 하루평균 1천200그릇 이상을 판다. 8천원짜리 국밥을 팔아 벌어들이는 매출만 연간 20억원이 넘는다. '온천골'이라는 상표를 단 10여 곳의 프랜차이즈점 수익은 별도다. 1년 매출로는 웬만한 중견 기업에 버금간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 요식업은 사실 사법고시보다 어렵습니다. 100곳이 문을 열면 2곳밖에 성공하지 못하지요. 식당업을 하더라도 어떤 아이템을 가지고 할 것인지가 중요합니다."

박 씨는 지금의 성공이 시대의 흐름을 읽은 종목(?)선택의 결과였다고 자신한다. 창업 당시부터 패스트푸드 홍수시대에 사는 현대인들이 옛것을 그리워한다는 점을 고려 소고기 국밥을 아이템으로 잡았다. 물론 제대로 된 국밥을 대접하기 위해 나름의 노력도 덧붙였다. 손님들에게 맛과 함께 옛날의 향수를 전하기 위해 지금까지도 반드시 한우고기로 가마솥에 장작을 때 국을 끓이고 놋그릇에 담아낸다. 손님들이 이런 옛날식 조리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가게구조를 개방했다. 그러나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은 역시 '맛'. "수소문 끝에 동네잔치 때마다 불려다니며 소고기 국밥을 끓여주던 할머니를 찾아 비법을 전수받았어요. 최근에는 식품관련 대학교수들을 찾아 꾸준히 맛에 대한 자문을 받고 있습니다."

국밥의 맛을 지키기 위한 나름의 비법도 있다. 물은 청도 운문사에서 직접 떠오고 반드시 한우를 사용한다. 또 가스불 대신 장작으로 불을 지핀다. 그리고 식감을 높이기 위해 국밥에 들어가는 한우 한 덩이는 9g으로 정하고 한 그릇에 여덟 점 이상씩 들어가도록 요리한다. 경산에서 처음 국밥집을 열어 20년째 지켜오고 있는 그 만의 철칙이다. 지금도 이를 지키기 위해 새벽 6시면 어김없이 일어난다. 연이은 실패 뒤에 찾아온 성공이어서 지키고 싶은 마음이 누구보다 간절하다.

"국밥집 개업 전까지만 해도 억세게 운이 없었어요. 1995년까지 경북도청에서 7급 공무원으로 일하다 사표를 낸 뒤 '이혼의 위기'와 '자살 결심'까지 하는 비참한 순간을 맞기도 했습니다." 안정적인 공무원 생활을 하던 중 채소 수경재배를 알게 됐고 돈이 되겠다는 생각에 사표를 던진 게 화근이었다. 재기를 위해 퇴직금에다 2억원이 넘는 빚까지 내 경산에 숯불갈비집을 냈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가 찾아오면서 함께 위기를 맞았다. 은행 금리가 오르면서 2억원이던 빚이 불과 몇 달 만에 배로 불어났다. 당장 집이 경매에 넘어가고 공무원인 아내의 봉급에 압류가 걸렸다. 자살하려고 산에도 여러 번 올랐단다. 그러나 아이들 생각에 마음을 다잡았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뛰어든 것이 국밥집이었다.

"많은 분들이 창업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최소한 그 분야에서 2년 이상 경험을 쌓아야 성공에 이를 수 있습니다. 창업의 성패는 주인의 열정입니다. 직접 챙기고 맛을 책임진다는 자세를 가진다면 작은 가게라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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