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 지구로 나뉘어 있는 경주국립공원을 생태숲으로 연결, 하나의 생태 네트워크로 묶는 사업이 추진된다. 경상북도와 경주시가 경주국립공원 8개 지구 중 도심권 5개 지구(남산, 토함산, 소금강, 화랑, 서악지구)를 중심으로 생태 공간을 발굴하는 한편 생물 서식지를 연결하는 사업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는 것.
'생태 네트워크'는 전 세계 도시에서 추진되고 있다. 도시를 지키기 위해서는 생물다양성을 지탱해야 하며 생물다양성 버팀목이 바로 생태 네트워크라는 것이다.
◆왜 생태 네트워크인가?
우리 주변의 생물체는 갈수록 존폐 위협을 받고 있다. "몇몇 생물체 없다고 뭔 일 나겠나"라고 하지만 생물다양성은 인류에게 직접적으로 자연재해를 예방해주는 것은 물론, 휴양 및 관광 등 다양한 서비스 기능까지 제공해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 세계 생물다양성은 1970년부터 2010년까지 이미 11% 가까이 감소했으며 향후 2050년까지 추가로 10%도 더 감소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우리나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경우 지난 20년간 산업화와 도시화로 생물서식지가 크게 훼손됐다. 생물다양성 감소로 인해 각 도시의 경제'문화적 활동에 저해 요인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 도시민들의 삶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학자들은 환경과 생물 사이에 상호작용을 규명하는 '경관생태'라는 개념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경관생태는 1938년 칼 트롤(Carl Troll)이라는 학자가 처음 사용한 개념이며 지역과 지역환경 그리고 인간과 환경이 서로 얽혀 있는 인간생태계를 이해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후 이 개념은 생물공동체와 환경 간의 종합적'복합적인 연구로 발전했고 1980년대 이후 포만(Forman)과 고든(Godron)에 의해 기존 서식지 파편화와 보존, 생태연결, 훼손지역 복원 등의 총괄적인 개념으로 발전하기에 이른다.
외국 여러 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국내 학자들도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 국내 경관생태연구 필요성을 지적하기 시작했으며 생태연결을 포함한 경관생태 방법론에다 이를 국토공간계획에 적용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진행 중이다.
◆생태 네트워크 통해 글로벌 명품도시로
일본 요코하마시는 1994년 건설성의 도시기본보전법 제정을 계기로 녹지보전 및 녹화추진 기본계획을 세우면서 '도시 녹화 오픈 스페이스 종합계획'을 마련했다. 그린 매트릭스 기본구상을 통해 녹도를 주골격으로 생태 네트워크를 잇는 것이었다.
요코하마시는 집합주택, 학교, 기업용지 등의 블록 내 수림, 가옥림 등 민유 녹지를 공원녹지 등의 공공녹지와 연결시키는 작업에 나섰고 역사적 유적, 수계 등과도 결합시켰다.
축이 되는 녹도는 지구 전체에 5개가 됐고 폭은 10~40m, 사면녹지를 포함한 곳은 폭은 100m에 이르렀다. 잠자리를 위해 연못의 네트워크 계획까지 세울 정도로 계획은 치밀하게 만들어졌다.
미국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뉴욕의 경우, 그린웨이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맨해튼과 스탠트섬을 포함해 브롱스, 브루클린, 퀸즈 등 5개 자치구로 이뤄진 뉴욕은 센트럴파크 외에도 330만㎡(100만 평)가 넘는 공원이 6개나 더 있다. 이러한 공원'녹지를 그린웨이 시스템으로 연결시킨 것.
보스턴의 에메랄드 네클리스 프로젝트도 생태 네트워크의 모범 사례다. 보스턴 도심 전체를 둘러싼 목걸이 형태의 그린웨이 계획이 바로 그것이다. 자연보전 숲과 도시공원 인공 호수를 이어내며 약 50㎞ 직경의 원을 만들어냈다. 미국에서는 첫 번째이자 유일하게 손을 거의 대지 않고 유지되는 선형공원이 됐다. 다양한 수목과 꽃, 야생식물 자연 번식지, 다리, 건축물들이 생태 축으로 연결됐다.
◆경북의 생태 네트워크 첫 모델은 경주
8개 지구로 단절'분산된 경주국립공원은 생태적 가치가 무궁무진하기에, 그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성화시키고 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 때문에 경주국립공원 8개 지구 중 도심에 위치한 5개 지구를 생태'기능적으로 연결, 경주국립공원의 가치 제고 및 건전한 역사문화생태 도시를 만들어보자는 계획을 경북도는 세웠다.
1968년 지리산에 이어 국내 두 번째로 지정된 경주국립공원(전체 면적 136.55㎢)은 그동안 8개 지구로 단절'분산돼 생태적 가치뿐 아니라 인근 지역 생태 공간과의 연결성 측면에서도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었다.
이에 따라 경북도는 반월성, 황성공원, 안압지 등 기존 문화 유적지 및 도시공원과 연계하고, 도심을 관통하는 생태 하천과 동해남부선 폐선 부지 등을 활용하는 방법으로 생태숲 연결 방안을 찾을 방침이다.
또 인공적인 시설을 최소화한 폭 30∼100m의 비오톱(Biotope)으로 생물 서식 공간을 조성, 각 지구를 연결하기로 했다. 비오톱은 최소한 자연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는 생물 군집 서식지를 말한다. 나무는 향토 수종을 우선으로 심고, 다층 구조로 이뤄진 경관 조림 방식의 자연풍경식으로 할 예정이다. 이곳에는 탐방로와 오버브리지, 쉼터, 동물 보호 울타리 등이 들어선다.
경북도는 이 사업이 마무리될 경우, 단절된 경주국립공원을 생태적으로 연결해 생물다양성을 높일 수 있고, 다양한 역사'문화자원과 생태, 환경자원이 조화를 이룬 품격 높은 생태 도시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최근 대구경북연구원에 의뢰, '경주국립공원 생태연결 프로젝트'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며 2022년까지 총사업비 3천억원을 들여 국가사업으로 유치, 이를 추진할 계획이다.
한명구 경북도 산림자원과장은 "생태연결 숲을 만들면 경주국립공원의 5개 지구 간 동식물 이동이 활성화돼 생물종 다양성 증진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관광객이 숲 속에서 산책하면서 쾌적하게 문화유적지를 탐방할 수 있다"며 "품격 높은 역사문화 생태 도시 경주로 재탄생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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