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도 풀 수 없는 문제, 책 속에 답 있다
지난 3월 대한민국은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이라는 세기의 이벤트가 펼쳐졌다.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컴퓨터 바둑 프로그램인 알파고와 바둑 천재의 대국을 지켜본 많은 사람들은 놀라움을 넘어,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다. 생중계되는 대국을 지켜보면서, 인공지능의 시대가 우리 앞에 성큼 다가왔음을 실감하게 됐다. 디지털 분야의 급격한 변화로 비롯되는 4차 산업혁명이 그리 머지 않은 가까운 미래에 도래함을 깨닫게 된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과학교육진흥법 개정안인 일명 '알파고법'을 발 빠르게 발의했다. 사교육 시장에서는 소프트웨어 교육, 코딩, 알고리즘 교육을 부르짖으며, 부모의 불안감과 조바심 속을 비집고 들어갔다.
그런데 우리는 정말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이 가진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것일까? 다가올 미래 세상에 제대로 대처하는 것이 코딩과 알고리즘으로 대변되는 컴퓨터 소프트웨어 교육만을 강화하는 것일까?
매일신문은 대구시교육청과 이를 이해하기 위한 '나를 찾는 인문교육, 인문도서 기부로부터' 시리즈를 마련했다. 인문학의 필요성, 인문도서를 통한 교실 수업 변화 등을 통해 다가올 미래에 우리 아이들이 지녀야 할 소양과 덕목을 살펴보고자 한다.
◆인공지능 시대, 다시 '인간'으로
2016년 다보스포럼에서 언급된 바에 의하면, 2025년이 되면 우리가 아는 직업의 47%가 자동화로 위협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많은 일자리가 인공지능으로 대체되고, 일자리의 상당수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한다. 이번 알파고 사태로 이런 현실은 곧 미래가 아닌 현실로 나타날 것이라는 위기감을 몰고 왔다.
그렇다면 이렇게 급격한 변화가 예상되는 현 시점에서,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 것일까? 교육의 현실적 목표가 인재 양성이라면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낼 시점이다.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인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먼저 시대적 요구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인재에 대한 개념 전환이 필요하다. 미래의 인재상은 단순히 지식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유형, 무형으로 떠도는 무한한 지식 중에서 의미 있는 것을 선택하고, 자신만의 지식으로 통합하고 재창조하는 사람이다.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며, 함께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능력인 창의성과 협업 능력을 갖춘 사람인 것이다. 즉 기계보다 인간이 가지는 강점은 집단지성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창의력과 비판적 사고력, 의사소통 능력이다.
인공지능과 사람이 차별되는, 사람이 사람다울 수 있는 부분은 감성을 가진 가슴이 따뜻한 사람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기계가 발전하고 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할수록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존재, '다시 인간'으로 귀착된다. 그런데 인간에 대한 진정한 이해와 시대에 대한 본질적 이해는 인문학적 소양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철학이 부재하고, 성찰 없이 그저 앞으로 달려가는 삶은 곧 방향성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인간이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지지대와 버팀목이 되는 시대의 나침반은 인문학인 것이다.
◆'나'를 찾는 인문교육
인문학은 우리에게 '나는 누구이며, 어디로 가고 있으며,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내 삶을 걸어갈 것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러한 질문을 통해 자신은 이미 정해진 존재가 아니라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존재임을 깨닫게 하는 길이기도 하다. 사실 인간에게 있어 이러한 가능성은 아름다운 선물이면서도 고통이다. 내가 무언가를 향해 걸어갈 수 있다는 믿음은 축복이지만 현실 속에서 그 방향을 모색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는 고통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 축복과 고통의 엇갈림 속에서 절망하면서도 희망을 찾아가는 길을 배운다.
축복과 고통의 가능성을 혼자 가슴에 담는 것이 아니라 축제와 공감과 어울림의 장에서 친구들과 함께 나누면서 풀어감으로써 삶이 결코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님을 깨닫는다. 인문학을 통해 나와 타인의 다름을 겸허히 인정하고 공존의 길을 모색하게 한다. 결국 진정한 인문학은 대단한 지성들의 지식을 배우고 따르면서 섬기는 것이 아니라 현실 속의 삶에서 나 자신의 삶의 방향을 찾아가는 열쇠이다. 이것이 인문교육이 지향하는 바이다.
그러려면 눈에 보이는 성과에 매달려서는 안 된다. 비판하는 사람도 마음을 열어야 한다. 서로 편견을 버리고 '지금 여기'에서 우리가 해야 할 작은 부분부터 챙길 필요가 있다. 인문학은 작고 어두운 부분을 보는 과정이다. 작은 것은 아름다움을 지켜보며, 작은 부분이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믿음을 가지는 것이다.
인문교육은 긴 호흡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흔들리며 피는 꽃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여유와 안목이 필요하다. 처음 하는 일이라 생각대로 잘 될까, 의도대로 잘 될까 걱정하는 마음은 한쪽에 제쳐둔 채, 아이들의 무궁무진한 능력에 맡겨두어야 한다. 아이들에게 잘 차린 밥상을 한 상 차려 주는 것보다 아이들과 함께 어떤 밥상을 차릴까 의논하고, 함께 장을 보고, 재료를 다듬고, 음식을 만들 수 있는 요리의 장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시리즈 자문위원
임춘우 한솔초 교감, 배미란 대청초 교사, 길혜진 매천중 교사, 임채희 대구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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