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보기자의 이슈 털기]<22>-"대구 연고 프로 스포츠 와 이래 됐노?"

입력 2016-09-09 15:54:50

"인구 250만 명(경산'청도'칠곡'고령'성주 등 인근 시'군까지 합하면 300만 명) 대구의 프로 스포츠가 이게 뭡니까?"

농구선수 출신인 지역의 한 대학교수와 사석에서 지역 프로 스포츠의 현실을 두고 난상토론을 벌인 적이 있다. 그 교수는 "스포츠와 문화예술은 그 도시의 활력을 반영하는 지표인데, 그나마 자랑거리였던 프로야구마저 순위가 바닥으로 떨어져 이제 대구는 뭐 하나 내세울 종목이 없는 도시가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특히 5년 전, 프로 농구단인 옛 대구 오리온스가 고양으로 연고지를 옮긴 것에 대해서도 큰 아쉬움을 토로했다.

◆프로 스포츠, 대전과 창원이 부러울 정도

대구광역시가 인구 151만 명의 대전광역시와 108만 명의 창원시의 프로구단들을 부러워하는 처지가 됐다. 안타깝기 그지없다. '대구는 뭐하고 있나?'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먼저 대전을 보자. 올 봄에 대전을 연고의 프로구단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상위권 성적은 내지 못했지만 지난해와 올해 프로야구의 흥행을 들었나놨다 하는 '한화 이글스', 프로축구단 '대전 시티즌'을 비롯해 남녀 프로 배구단인 '삼성 블루팡스'와 'KGC인삼공사' 구단 관계자들과 지자체 공무원들이 만나, 프로 스포츠로써 시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했다. 3개 종목(야구-축구-배구) 4개 프로구단이 대전을 연고로 활약하고 있는 셈이다.

대구 인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창원은 프로 스포츠가 도시에 활력이다. 프로야구단 NC다이노스는 1군 진입 첫 해에는 7위에 그쳤지만, 2014년 3위, 2015년 3위(정규시즌 2위)를 하면서 해를 거듭할수록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올 시즌에는 두산에 이어 2위로 정상도전에 나서고 있다. NC는 매년 팬들과 함께 창원 마산구장에서 캠핑하는 '한여름 밤의 꿈 in 마산야구장'을 열고 있다. 한여름 밤에 연고지 팬들과 함께 하는 축제다. 프로농구단인 LG세이커스 역시 창원시민들에게 매년 겨울 시즌마다 박진감 넘치는 플레이를 선사하고 있으며, 프로축구단 경남FC도 도청 소재지인 창원시민들과 함께 호흡한다.

명색이 '대도시'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대구는 프로야구단과 축구단 뿐이다. 옛 대구 오리온스를 열렬하게 응원했던 한 아줌마 농구팬은 "대구 실내체육관에서 오리온스 소속의 농구스타 '김승현'을 목이 터져라 응원했던 때가 이젠 추억이 됐다"며 "화끈한 덩크슛과 먼 거리에서 던지는 깨끗한 3점슛, 상대편 선수를 완벽하게 속이는 절묘한 패스 등이 그립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대구는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됐나

대전'창원과 비교해도 대구 연고의 프로 스포츠는 초라한 모습이다. '야도'(야구도시)로 21세기 프로야구를 평정하다시피 했던 야구명가 삼성 라이온즈는 올 시즌 들어 바닥권(현재 10개 구단 중 9위)을 헤매고 있다. 삼성을 대표했던 실력파 선수들(오승환-안지만-임창용-배영수-권 혁-박석민-채태인 등)은 해외 또는 타구단 이적, 방출 등으로 찾아볼 수가 없다. 삼성그룹은 독립 사장단인 삼성라이온즈 구단을 제일기획에 편입시키고, '프로 구단답게 스스로 돈을 벌어, 독자적으로 생존하라'며 투자도 줄이고 있다.

새 야구장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마저 돈벌이로 생각하고 있으니, NC다이노스와 같은 팬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질 턱이 없다. 올 시즌 삼성의 야구를 보면서 미국 프로야구단 보스턴 레드삭스의 '밤비노의 저주'(86년 만에 우승을 거두면서 비로소 오랜 저주에서 벗어남)처럼 자칫 '라팍의 저주'(새 야구장 건설 이후 삼성이 우승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라는 신조어가 나오지 않을까 우려하는 야구팬들도 있다.

대구FC 시민구단은 권영진 대구시장의 전폭적인 관심을 지원을 받고 있음에도, 지난해 K-리그 챌린지 1부 리그로 승격하지 못한데 이어 올해도 1부 승격을 장담하지 못하는 위치(2부 리그 3위)에서 고군분투 중이다. 어쩌다 한번씩 축구 경기가 열리는 대구스타디움(대구월드컵경기장)에 가면, 팬들이 너무 없어 흥도 나지 않고 썰렁할 지경이다. 대구 연고 프로축구단의 시베리아 벌판같은 현실이다.

더 아쉬운 것은 겨울 시즌이다. 겨울에는 응원할 프로구단이 없다. 배구단은 힘들더라도, 농구단은 있어야 대구라는 도시의 위상에 걸맞다. 경제를 위해 대기업 공장 유치도 좋지만 대구시 공무원, 기업, 지역 스포츠 관계자, 교수 등 전문가 집단이 프로 농구단 영입을 위해 머리를 맞대보면 어떨까. 각 종목에서 대구 연고 프로구단의 맹활약은 도시 이미지 뿐 아니라 실제 도시 활력에도 큰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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