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치인들 입에서 '협치'(協治)란 말이 뻔질나게 나오고 있다. 여소야대(與小野大)로 변한 20대 국회 출범 후 '일하는'민생 챙기는'상생하는 국회'를 다짐하며 협치가 화두다. '잘 해보자'는 것이니 탓할 건 없지만,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내뱉는 것 같아 뻔뻔하단 생각만 든다.
좋은 말 끌어들여 포장하는 게 정치인의 '특기'라지만, '실천'이 없으니 신뢰가 가지 않는 건 당연지사다. 협치를 외치면서도 조건은 상대에게만 향해있다. 그 까닭에 협치는 추석 민심 '속이기'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협치를 맨 앞에 내세운 20대 국회. 그런데 석 달 남짓 지켜보고 쓴 평가서엔 최악의 오명을 받은 '19대 국회와 별반 다르지 않다'다. 협치는커녕 힘겨루기가 일상화되면서 파행을 거듭하고, 폭발력 있는 이슈를 놓고 사사건건 격돌이다.
8월 임시국회의 마지막 날이던 31일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통과가 무산되면서 20대 국회의 파장을 예고했다. 타이밍 싸움인 추경은 차일피일 미뤄졌고, 추경과 본예산이 동시에 국회에 계류되는 헌정 사상 초유의 일까지 벌어질 뻔했다. 여야 간 합의는 여러 차례 파기됐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2000년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지 16년 만에 처음으로 야당 단독으로 진행됐다. '닥치세요' '멍텅구리'. 청문회를 앞두고 여야 간에는 욕설과 반말, 고성이 오갔다.
정기국회 개원일인 이달 1일엔 여당이 추경 예산안 통과를 앞두고 일정을 보이콧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개회사에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사퇴 논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추진 과정에서의 소통 부재 등을 언급하자 새누리당은 항의했고, 의장의 연설 도중 본회의장에서 퇴장했다. 급기야 의장 사퇴를 요구하며 의사일정 거부에 들어간 것이다.
사태는 가까스로 '봉합'은 됐지만, 이런 대치와 갈등은 그저 예고편일 뿐이라는 관측이 대세다. 앞길엔 지뢰가 널려 있다. 사드 배치로 갈라선 국론과 우 수석의 거취 문제를 놓고 또다시 격돌할 게 뻔하고 민생법안 처리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400조원이 넘는 내년도 예산 심의 과정에서도 진통이 예상된다.
지난 총선서 민심은 여소야대와 3당 체제를 통해 협치라는 준엄한 메시지를 던졌다. 이번 정기국회야말로 여야가 민심에 응답할 기회이며, 또 의원 개개인이 외쳤던 정치개혁을 증명할 수 있는 무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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