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그림 그리던 유승민, 보수 개혁 '설계도' 내놨다

입력 2016-09-08 04:55:05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혁…공수처·청년수당 등 해법 제시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강연 정치'에서 구체적인 대선 공약 얼개를 내놨다.

과거 대학 특강에서 '보수 개혁'과 '공화주의' 등 큰 그림의 정치 철학을 드러냈다면 이번에는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혁, 구의역 사고,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청년수당 등 사회적 이슈를 하나씩 열거하며 입장을 밝혔고, 실행 방법까지 제시했다. 이는 개혁의 상징인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보수 개혁의 방향 및 해법까지 제시한 것으로 유 의원이 대학 강연을 통해 대권 플랜에 힘을 싣고 있다.

유 의원은 7일 오후 강원도 춘천 한림대에서 '왜 정의인가?'라는 특강에 강사로 나섰다. 대학생을 비롯해 100여 명이 참석한 강연에는 유 의원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김희국 전 의원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대학 강연은 지난 5월 성균관대 특강 이후 넉 달 만이다. 그는 '정의'라는 공식에 맞춰 사회, 경제, 복지 및 국방, 교육까지 전 분야에 걸쳐 구체적인 해법을 내놨다. '구의역 스크린 도어 사고'를 언급하며 "맨 밑(비정규직)에 모두 집중되고, 월급은 제일 적게 받는 구조가 과연 정의로운 사회인가. 사회적으로 합리화될 수 있는 차등이어야 한다"고 했고,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조선'해운사의 구조조정에 대해선 "부실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실직자들은 일방적으로 피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실직자는 그동안 받던 월급과 복지 혜택을 고집하지 말고, 해고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현직 부장판사가 구속되는 등 무너진 법조계 현실을 꼬집을 땐 공수처 설치를 강조했다. 유 의원은 "판사도 돈, 검사도 돈, 사법 정의가 무너졌다. 공수처는 새누리당이 한나라당 시절 주장했던 것이고, 야당이 열심히 주장하는 공수처를 설치하지 않을 이유가 하나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방 분야에선 평등의 원칙에 맞게 "모병제는 맞지 않다. 징병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했고, "자사고와 외국어고는 교육 불평등을 심화시킨다"며 폐지를 강력하게 주장했다.

또 최근 이슈가 된 서울시와 성남시의 청년수당 정책은 "서울시는 전국에서 제일 잘사는 시, 성남시는 경기도에서 가장 잘사는 시이고, (재정자립도가 낮은) 전라도와 강원도는 수당을 주고 싶어도 못 준다. 형평성에 맞지 않다"며 비판했다.

대학 특강 때마다 정치 철학과 화두를 던졌지만 구체적으로 조목조목 입장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11월 경북대에서 '대구의 미래'란 제목으로 '저성장과 양극화'를 우려했고, 성균관대에선 공화주의 실현이라는 큰 그림을 밝혔을 뿐이다.

한편, 한림대를 가장 먼저 찾은 것은 이 학교와의 인연 때문이다. 지난 2003년 여의도연구소장을 사퇴한 뒤 백수(?) 시절 한림대 강단에서 3학기 동안 경제학을 가르치며 학생들과 정을 쌓았다. 강의 자료에 본인이 직접 쓴 '춘천 가는 길'이라는 에세이를 소개해 애정을 소개할 정도다.

유 의원은 앞으로 대학을 중심으로 강연 정치를 이어갈 계획이다. 오는 30일 서울대, 다음 달에는 부산대에서 특강을 하며 보폭을 넓힐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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