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취업 전선에도 김영란법 암운

입력 2016-09-05 04:55:05

조기 취업 이유로 학점 인정 부탁, 부정청탁 간주…해당 교수 '위법'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대학 졸업예정자들의 취업에도 여파를 미치고 있다.

졸업예정자들이 조기 취업을 하면 대학에서 관행적으로 출석 없이 학점을 인정해 줬지만 김영란법 시행으로 각 대학들이 '취업계'를 낸 학생들에 대한 학점 부여를 금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내년 2월 대학 졸업을 앞둔 이현주(23'여) 씨는 지난달 A중소기업에 취업했다. A업체도 김 씨가 재학생이지만 취업을 하면 수업 출석을 하지 않더라도 학점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채용했다. 하지만 지난 1일 김 씨는 교수로부터 김영란법에 위반될 수 있어 취업계(취업 확인서)를 허용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녀는 "이번 기회를 놓치면 언제 취직을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어서 휴학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각한 청년취업난 속에 재학 중 취업에 성공한 학생들이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불안감에 휩싸이고 있다.

대학에 따르면 지금까지 4학년 1학기를 남기고 취업한 학생들은 담당교수에게 '취업계'를 내면 수업 출석을 하지 않더라도 학점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 출석 대신 리포트 대체 등 다양한 방법으로 편의를 봐줬던 것이다. 원칙적으로 이런 관례가 불법이지만 취업이 우선인 학교들은 암묵적으로 교수 재량에 맡기고 있다.

대학교 관계자들은 "원칙적으로 조기 취업이 금지돼 있고 교육부도 이러한 관행을 지적해 왔지만 가뜩이나 취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조기 취업한 학생들의 발목을 잡을 수는 없어 묵시적으로 허용해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영란법에 따르면 학생들이 조기 취업을 이유로 학점 인정을 부탁하면 부정청탁으로 간주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해당 교수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이에 따라 대학 취업 전선의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대학 취업지원실 관계자들은 "기업들이 졸업예정자들을 상대로 취업설명회를 열고 있고 상당수 학생들이 졸업 전 취업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당분간 혼란이 불가피하고 취업난을 가중시킬 우려도 높다"고 지적했다.

국민권익위원회 관계자는 "조기 취업과 관련한 부분에 대한 지적이 나오는 상황을 알고 있다"며 "현재 매뉴얼을 만들어 검증 중인 만큼 조만간 기준이 나올 것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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