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난 의사가 만난 더 별난 이웃들…『동네의사 백원장의 사랑모아 사람모아』

입력 2016-09-03 04:55:03

동네의사 백원장의 사랑모아 사람모아/백승희 지음/학이사 펴냄

소소한 일상을 통해 사람살이의 풍경을 읽고, 그 속에서 삶의 가치를 찾는 책이다. 지은이는 통증의학과 전문의로 각양각색의 환자들을 만나고, 퇴근 후에는 SNS로 전국의 수많은 사람들과 교류한다. 또 의료봉사 활동을 통해 외국인 근로자, 새터민, 각종 복지시설 거주자들과 만난다. 이들은 처한 사정에 따라, 나이에 따라, 성별에 따라, 개인적 경험에 따라 질병과 치료방법, 의사에 대한 태도가 다르다.

80대 할머니는 "내 허리는 언제쯤 다 낫겠소?"

이런 말 들으면 지은이는 안쓰럽다. 할머니 허리를 다 낫게 해드릴 수는 없다. 비유하자면 고물이 된 자동차를 굴러가도록 하는 것이 의사인 자신의 목표인데, 할머니는 처녀 시절의 싱싱한 허리를 기대하는 것이다.

대기 환자가 많아 허덕대는 지은이를 보고 어떤 환자는 "원장님 돈도 좋지만 좀 쉬어가면서…"라고 말한다. 지은이는 '내가 돈 벌려고 의사하는 건 아닌데…'라고 속으로 서운해 한다. 지은이는 번 돈의 상당 부분을 이웃돕기, 무료 진료 및 시술, 운동선수 후원 등으로 지출한다. 그런 지출을 줄인다면 환자를 지금의 절반 이하로 받아도 문제없다.

지은이는 수술과 특수 치료 외에는 진료예약제를 적용하지 않는다. 오전 8시 5분부터 8시 50분까지 접수한 환자는 오전 중에 진료하고, 오전 9시부터 낮12시까지 접수한 사람은 오후 2시부터 진료한다. 사정이 그렇다보니 오전 9시에 접수하고 5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예약제를 도입하면 환자도 편하고, 병원 운영도 체계적일 텐데 왜일까?

"환자가 몰리면 3일 뒤까지 예약이 차버리고, 그러면 그 뒤에 오는 환자는 더 뒤로 밀리고, 심하면 한 달이 지나야 예약을 할 수 있다. 예약제가 오히려 환자의 치료를 방해하는 요소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서울의 유명한 대형병원에서 진료받으려면 두 달, 석 달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는 그렇게 생겨난다.

학창시절 이야기도 담고 있다. 중학교 시절 첫 시험에서 대략 1천 명 중 256등을 했지만 열심히 공부한 끝에 2학년 때는 전교 1등을 했던 이야기도 담고 있다. 지은이는 "전교 1등을 유지하려면 아등바등 공부해야 한다. 1등의 늪에 빠져 소중한 것을 잃고 사느니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며 살겠다고 생각했다. 그 이후로 한 번도 1등을 해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지은이는 나이 쉰 줄에 든 지금 생각해도 1등 하는 대신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도 하고, 공부 외에 다른 것에도 관심을 가지는 삶이 훨씬 행복했다고 말한다. 전교 1등 경험이 가르쳐 준 선물이었다.

지은이는 매주 의료봉사활동을 펼친다. 시립 희망원과 요양원, 외국인 근로자와 새터민 등 의료 소외계층을 위해 트레이드마크인 빨간 왕진 가방을 들고 매주 병원 밖에서 활동한다. 수술이 불가피한 환자는 무료로 시술도 한다. 지은이는 이 일을 의사의 가장 큰 사명으로 여긴다. 치료를 통해 신체의 고통을 없애는 동시에, 가난과 소외에서 비롯되는 사회적 격차와 고통까지 경감시키는 것이 그의 꿈이다.

책은 총 5부로 구성돼 있다. 1, 2부는 의사로서 자신의 삶, 3부는 학창시절 추억과 영화 이야기, 4부는 의료봉사와 후원자로서 살아온 삶, 5부는 지은이가 가장 아끼는 책 '삼국지'와 삼국지에서 배우는 인생에 관한 내용이다.

전체적으로 이 책은 시시콜콜한 사람살이에 관한 것인데, 그런 이야기들이 모여 인생이 되고, 인류의 역사가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240쪽, 1만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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