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 칼럼
벌써 며칠째인가. 청와대로부터 '부패 기득권 세력'으로 지칭된 신문에 '우병우'라는 이름이 대서특필된 게 7월 중순이었다. 그로부터 치면 두 달이 다 돼 간다.
사드 배치 문제로 나라가 발칵 뒤집어져도, 사상 최악의 더위에 국민들이 녹초가 되고 전기요금 폭탄으로 열을 받아도, 올림픽 금메달로 남녀노소가 열광해도, 북한의 SLBM으로 우리 방공망이 다 무용지물이 될 거라는데도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이름 석 자는 항상 주요 뉴스였다.
초대형 사건사고가 터진 당일 잠시 맨 앞자리를 내줬다가도 금방 원위치 했다. 대한민국 전체가 우 수석 한 사람에게 목을 매고 지나온 2016년 여름이다. 8월의 지난 신문을 다 훑어보면 결국 기억나는 이름이라고는 우병우밖에 없다.
정상이 아니다. 청와대도 대통령도 우병우가 없으면 정권이 흔들리고 나라가 절단 나는 거라고 생각하는지 오로지 우병우, 우병우다. 우 수석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언론을 향해 불순한 의도를 가진 대통령 흔들기라고 할 정도이니 두말이 필요 없다. 여당은 청와대 눈치를 봐야 하니 논외로 치자. 야당은 어떤가. 민생현장 곳곳에서 아우성인데도 이런 목소리를 정치현장에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 역시 우병우, 우병우뿐이었다. 우 수석만 빠지면 3년 묵은 체증이 뚫리기라도 한다는 건지, 모든 불법과 비리의 고리가 풀리기라도 한다는 건지 우병우만 외쳐온 8월이었다. 제일 편하고 품이 덜 드는 손쉬운 방법으로 청와대와 대통령을 공격했지만 파괴력은 크지 않았다. 메아리도 별로였다.
언론도 비정상이기는 마찬가지다. 신문은 신문대로, 방송은 방송대로 우병우 이름 석 자만 맨 앞에 올리면 모든 게 풀릴 듯이 야단이었다. 변죽만 울렸지 딱 부러지는 뭔가는 없었다. 몇몇 언론은 '과거에도 우리한테 찍히면 살아남지 못했다'는 걸 입증하려는 듯 거세게 몰아붙였지만 청와대나 우 수석은 꿈쩍도 안했다.
그렇다면 우 수석은 정말 '킹핀'일까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킹핀은 볼링에서 10개의 핀 가운데 5번 핀을 가리킨다. 헤드 핀인 맨 앞의 1번만 맞춘다고 스트라이크가 나오는 건 아니다. 1번과 3번 사이를 파고들며 5번 핀을 정확하게 타격해야 스트라이크가 나온다. 그래서 킹핀이다. 킹핀은 문제의 핵심이라는 뜻도 갖고 있다.
요즘 청와대는 우 수석을 정권의 킹핀으로 보는 것 같다. 또 야당이나 언론도 우 수석만 없으면 모든 문제가 다 풀릴 것처럼 군다. 우 수석을 쓰러뜨려야 박근혜 정권에 제대로 한 방 먹일 수 있는 스트라이크를 만드는 것이라며 공격에 사력을 다하고 있지만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그렇게 간단할 수는 없다. 그래서도 안 된다. 우 수석은 박근혜 대통령이 가진 여러 개의 핀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우병우라는 핀이 빠지면 다른 핀이 다 쓰러진다는 게 말이 되나. 앞으로도 박 대통령에 의한 핀의 교체는 수시로 더 이뤄질 수 있다.
야당과 언론들이 입이 아프게, 귀가 따갑게 떠드는 것처럼 우 수석에게 문제가 있다면, 그의 처가에 불법과 비리가 있다면 '우병우 같은' 검사가 나와 '우병우처럼' 수사를 하면 될 일이다. 검사 시절 대구에서도 근무한 적이 있는 우 수석은 일을 '야무지게' 하기로 정평이 나 있었다. 검찰에 우 수석을 닮은 검사가 없을 리 없다. 또 이석수 특별감찰관 일은 그것대로, 법대로 처리하면 된다. 한 신문사 주필의 문제 역시 진실을 있는 그대로 밝히면 되고 또한 법대로 처리하면 된다. 그건 그것대로, 저건 저것대로 다 조사하고, 수사하면 되지 다른 말이 필요 없다. '마사지'도 안 되고 '물타기'도 안 된다.
온 나라가 우병우만 바라보고, 우병우만 외치다가 더 중요한 일을 못 보거나 그르칠까 걱정이다. 우병우가 대한민국의, 현 정권의 킹핀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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