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벌금 120억 '벤젠 맛기름' 항소심은 무죄, 왜?

입력 2016-08-31 04:55:02

법원 "함유사실 알았다고 보기 힘들어"…1심 첨가 여부 '인지 가능성'과 달라

발암물질인 벤젠이 포함된 면실원유로 식용기름을 만들어 판매한 식품제조업자들에 대해 항소심이 원심과 달리 무죄 판단을 내려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원심에서 100억원대의 벌금 폭탄을 선고 받았던 피고인들은 항소심 판단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대구고법 제1형사부(부장판사 이범균)는 중국에서 벤젠이 포함된 면실원유를 수입해 다른 식용기름과 섞어 만든 맛 기름을 시중에 유통한 혐의(식품위생법,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로 기소된 식품업체 대표 A(58) 씨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천만원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중국 법인 대표 B(56) 씨, 관리이사 C(61) 씨, 정제부장 D(47) 씨 등에게 선고 유예를 선고했다.

앞서 원심은 A'B씨에게 각각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0억원을, C'D 씨에게 각각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0억원을 선고했다. 또 식품업체에게 벌금 1억원을 선고했다. 항소심은 A씨에 대해 완제품 맛 기름에 면실유 혼합 사실을 표기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만 유죄로 판단했고,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판단을 내렸다. 이에 따라 피고인들은 120억원에 이르는 벌금 폭탄에서 벗어났다.

항소심은 원심과 달리 피고인들이 면실원유에 벤젠 포함 여부를 몰랐다는 주장에 힘을 실었다. 재판부는 "피고인 등이 면실원유에 벤젠이 첨가된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수입, 가공해 판매했음이 입증됐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극소량 벤젠이 첨가된 상태에서 냄새만으로 유독물질 첨가 여부를 알 수 있었을지도 의문이고, 냄새 원인이 된 불순물이 정제 과정에서 모두 제거돼 판매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을 가능성도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반면 원심 재판부는 "정제부장이 대표에게 '면실원유에서 옥수수유와는 다른 강한 휘발성 냄새가 난다'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며 사전에 벤젠 첨가 여부를 인지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이와 관련, 법조계 안팎에서는 경찰이 치밀하지 못한 수사로 인해 애꿎은 중소기업을 위기에 몰아넣은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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