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랑] 간암 투병 중인 김성찬 씨

입력 2016-08-31 04:55:02

"지적장애 아내 생각하면 '아프다' 말도 못 해"

간암을 앓으면서도 다섯 식구의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김성찬(가명) 씨.
간암을 앓으면서도 다섯 식구의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김성찬(가명) 씨.

"어제만 진통제를 스무 알이나 먹었어. 숨이 안 쉬어질 정도로 아파서 안 먹을 수가 없어."

숨을 거칠게 쉬는 김성찬(가명'61) 씨는 밭은기침 탓에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간에 연결된 호스에서는 계속해서 '붉은 액체'가 빠져나왔다. 간헐적으로 강한 통증이 찾아오는 터라 김 씨는 날마다 진통제로 버티고 있다. 아침부터 약 기운에 쓰러져 있다가 통증이 덜한 저녁쯤 깨어나 병실 밖 공원으로 산책하러 간다. 멍하니 몇 시간 바람을 쐬다가 병실로 돌아오면 깜깜한 어둠만이 김 씨를 기다리고 있다. 지적장애가 있는 아내와 '아픈 손가락'인 세 자녀는 아버지를 자주 찾아보지 못한다. 병상 옆에는 컵라면과 먹다 남은 옥수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의사에게 병증에 대해 자세히 물어보고 싶지만, 보호자가 없으니 그조차도 힘들었다. 김 씨는 그저 의사와 간호사가 하라는 대로 착실하게 약을 먹고 있을 뿐이다. "의사 말로는 암이 활동을 안 하고 있다는데 왜 이렇게 아픈지 모르겠어."

◆평생이 고생스러운 삶

김 씨는 1999년쯤 위암을 앓았다. 위암 수술 후 한동안 아무 이상이 없었지만, 지난해 암이 간에 재발했다. 지난해 12월 항암치료는 끝났지만, 올해 6월 들어 간이 다시 아파 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간암이 재발했고, 간에 균이 생긴 탓에 물이 차 우선 치료가 필요하다고 했다. 통증이 심해 입원을 했지만 김 씨는 돈이 없어 며칠 만에 퇴원했다. 그러다 간에 찬 물을 빼는 시술이 필요한 심각한 상황이 와서 다시 입원했다. "언제 나을지 기약도 없고, 어차피 오래 못 살 텐데 병원에서 괜한 돈만 쓰고 있어."

고생스러운 삶을 살아온 김 씨는 하루라도 빨리 편해지고 싶다. 30년 전 프레스 공장에서 일하다 사고를 당한 김 씨는 손가락이 5개뿐이다. 왼쪽에는 엄지손가락이 없고 오른손에는 엄지손가락밖에 없다. 그런 김 씨를 향한 사회의 시선은 차가웠고 김 씨는 수치스러웠다. 돈을 벌어보려고 해도 손 때문에 써주지를 않았고 아내와 자녀를 먹여 살리려고 발버둥을 쳐 겨우 일을 구했다. 그러다 10여 년 전 당시 고등학생이던 막내아들이 사춘기로 방황하면서 아들을 쫓아다니느라 일마저 그만뒀다. 학교에 가지 않는 아들을 붙잡아 학교에 보내는 일을 1년 동안 반복했다. "벌어먹느라 바빠서 애들 신경을 못 썼어. 그나마 막내 아들놈이 삐뚤어졌을 때는 이래선 안 되겠다 싶더라고."

◆'아픈 손가락' 세 자녀

김 씨는 아파지면서 아내가 제일 걱정이다. 지적장애를 가진 아내의 지능은 11살 수준이다. 밥을 먹고 청소를 하는 등 집 안에서 하는 간단한 일은 할 수 있지만, 집 밖으로는 절대 혼자 내보내지 않는다. "원래도 지적장애가 있었는데, 20년 전쯤인가, 애들을 보다가 집에서 넘어져 머리를 심하게 다치고는 병증이 더 심해진 것 같아."

20대인 자녀는 걱정을 덜어주기는커녕 또 하나의 걱정거리다. 29살 첫째 딸은 엄마를 닮아 지적장애가 있고, 27살인 둘째 딸은 우울증과 알코올 중독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 둘째 딸은 김 씨에게 가장 아픈 손가락이다. 중학교 시절부터 학교에 가지 않고 나쁜 애들과 어울리더니 나이가 들어서도 김 씨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그나마 자식 노릇을 하는 것은 26살 막내아들. 올해 1월 군대를 제대해 집에서 엄마와 누나를 돌보고 있는 아들은 집안 치다꺼리를 하느라 제 앞가림도 힘든 상황이다. 틈틈이 자격증 공부를 하고 있는 막내아들은 아직 취직을 못 했다. 그러나 120만원 남짓 나오던 정부보조금은 '근로능력이 있는' 막내아들이 제대하면서 반으로 줄었다. 입은 늘었지만 오히려 돈을 줄면서 생활은 팍팍해졌고, 김 씨가 병원 신세를 지게 되면서 다섯 식구의 생계유지는 더 힘들어졌다. "아들놈이 취직만 되면 그래도 좀 괜찮을 것 같은데. 아프면서도 가족 생계를 걱정하고 있어야 하니 기가 막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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