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윗사람을 곁에서 가까이 모시는 사람을 '측근'이라고 한다. 비슷한 용어로 '측용인'(側用人'소바요우닌)이 있다. 곁에 두고 쓰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일본 에도 막부의 5대 쇼군인 도쿠가와 쓰나요시 때 처음 등장하는데 말하자면 최측근 비서관이다. 여러 폐해 때문에 없어졌다가 되살아났는데 무능한 쇼군 때일수록 측용인이 설쳤다.
측용인 중 널리 알려진 인물이 10대 쇼군 이에하루 때 다누마 오키쓰구(田沼意次)다. 그는 쇼군의 시동(侍童)에서 출발해 권력의 정점에 선 인물로 소위 출세한 '흙수저'다. 그는 18세기 일본 근대사에서 대표적인 '독직(瀆職) 관리'로 통한다. 1980년대까지 일본 역사교과서는 "측용인 때문에 뇌물이 오가고, 관직 매매까지 벌어져 막부 통제력이 떨어졌다"고 가르쳤다.
다누마가 권력을 휘두른 것은 로주(老中) 역할까지 맡은 때문이다. 막부의 고위 관리인 로주(통상 4, 5명)보다 위계는 밑이었으나 로주가 올린 서류를 거르는 역할까지 맡자 거꾸로 로주가 측용인의 눈치를 봤다. 측용인이 정치를 주무르면서 막부 전체가 혼란에 빠지는 일이 빈번했다.
요즘 우리 정치판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우병우 민정수석을 둘러싼 사태다. 대통령 신임이 두터운데다 공직 인사를 검증하는 위치여서인지 모두가 그의 눈치를 보는 처지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사퇴 여론이 비등해도 꿈쩍하지 않고 버틴다. 여기에다 이석수 특별감찰관 사태까지 얽히면서 결국 검찰이 시시비비를 가리는 상황이 됐다.
그러자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24일 우 수석과 그를 검찰에 고발한 이 특별감찰관까지 동시 사퇴하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나라가 온통 이 문제로 시끄럽다. 민정수석과 특별감찰관이 대단한 고위 공직자이지만, 주권자인 국민 입장에서 보면, 하찮은 존재에 불과하다"며 이번 사태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정 원내대표의 정확한 속내는 알 수 없으나 민심을 잘 대변하는 발언이다.
유권자의 손에 뽑힌 대통령을 도우라고 앉혀 놓은 공직자가 오히려 민심을 거스르고 국정을 어지럽히고 있다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우 수석의 의혹이나 특별감찰관의 위법 사항이 아니다. 정 원내대표 말대로 지금 누가 주권자인지, 누가 권한을 잠시 위탁받은 측용인인지 바로 인식하는 일이다. 청와대나 국회는 빨리 이를 분별하고 민심을 좇아야 한다. 민심을 이기는 절대 권력은 없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우리 아기가 태어났어요]신세계병원 덕담
'이재명 선거법' 전원합의체, 이례적 속도에…민주 "걱정된다"
"하루 32톤 사용"…윤 전 대통령 관저 수돗물 논란, 진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