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헬조선과 헐~대한민국

입력 2016-08-25 04:55:05

광복절날 대통령께서 한 말씀하셨다. 우리 내부에서 대한민국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잘못된 풍조가 퍼져가고 있다는 우려였다. 유행하고 있는 '헬조선'이라는 말이 사회 전반에 끼치는 악영향을 걱정하는 말씀이었다. '말'이라는 것은 자꾸 사용하다 보면 무의식적으로 '그 말'에 영향을 받게 된다. 그래서 아무리 어렵고 힘든 상황에 처하더라도 긍정적 태도와 말을 사용하도록 애쓰는 것이다. 지긋지긋한 올여름 폭염처럼, 절대 끝날 것 같지 않은 고난의 시절도 참고 견디며 노력하다 보면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다. 아니, 그렇게 믿고 우리 민초들은 하루하루를 견디며 이 땅에서 역사를 이뤄왔다. 많은 사람들이 '헬조선'이라는 말에 공감하는 것은 '힘겨운 대한민국의 현실'을 비유하는 것일 뿐, 진짜 대한민국이 '지옥'(hell)이라고 여기는 것은 아니다. 진실로 대한민국이 헬(hell)이라면, 시리아 난민들처럼 수많은 한국민들은 목숨을 걸고 이 땅을 떠나려 몸부림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의미라면, '조선'이 '헬'인 것은 맞는 것 같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말이다. 생계를 위한 탈북 행렬이 이어지는 것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닌 만큼 별로 놀랄 일이 아니지만, 최근 태영호 런던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 등 최고급 엘리트의 탈북은 심상치 않다. 빨치산 출신 집안의 최고급 엘리트조차 살기 힘든, 아니 '살기 싫은 곳'이라면 진정한 의미의 '지옥'이 아닐까. 하긴 걸핏하면 잔혹한 방법으로 공개 총살 등을 일삼는 체제에서 어느 누가 '행복'과 '인간적인 삶'을 계획하고 누릴 수 있겠는가.

문제는 진짜 '헬조선'이 우리 대한민국과 전쟁 상태에 있다는 것이다. 5차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고, 아예 핵폭탄을 만들 플루토늄을 추출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미사일을 심심하면 쏘아대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가 경북 성주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배치하겠다고 발표하자, 중국과 러시아는 동해 공해상에서 전략폭격기를 동원한 무력시위를 벌였다.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지형에 대격변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대통령께서 22일 을지 안전보장회의에서 '헬조선' 북한의 테러 및 도발 가능성을 경고하며 내부 분열 행위에 대해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은 적절했다. 그런데 누가 우리 내부를 분열시키고 있는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안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이고, 주권자인 국민은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생활인이기도 하다. 정부의 말처럼 그렇게 안보상 중차대하고, 해당 지역 주민의 삶과 생활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드 배치 문제를 '일방통행식 밀어붙이기'로 추진하겠다는 발상은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나 가능한 것이다. 정부가 성주 군민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성산포대가 아닌 '제3의 후보지'를 사드 배치 지역으로 검토하겠다고 한 것 자체가 그동안의 행태가 민주국가의 정부로서는 부적절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대통령과 정부의 언행 불일치는 또 있다. 박근혜정부는 안보 위기와 함께 경제 위기를 단골 메뉴로 들고 나왔다. 실제로 청년실업률은 수치 자체가 의미를 잃을 만큼 최악이고,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지갑을 닫으면서 내수의 동력이 되어야 할 가계소비는 정체를 면치 못하고 있다. 서민들의 생계를 위한 마이너스 통장 대출 등 신용대출은 166조3천억원으로 대기업 대출을 추월하고 있다.

그런데 말이다. 대통령은 청와대에 이정현 신임 대표 등 새누리당 지도부를 불러 놓고, 고급 한우와 굴비도 아닌 일반 국민들은 듣지도 보지도 못한 송로버섯'상어지느러미'능성어 등 고급 식재료로 만든 오찬을 즐겼다. 지난 총선에서 보여준 국민들의 따끔한 질책을 마치 비웃는 듯. 그리고 우병우 민정수석에 대한 개인적 문제 제기를 정권 차원의 도전으로 간주하는 이해하기 어려운 반응도 내놓고 있다. 그래서 우리 서민들은 '대한민국'을 생각할 때마다 '헐~~' 숨이 막힌다. 폭염 때문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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