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작물 보관할 곳 없어 폭염에 다 썩어나갈 판" 시장 언제 옮길겁니까?

입력 2016-08-24 04:55:02

배추·무 땡볕에 그대로 노출…상인들 "이전·재건축 결정 대구시가 빨리 해결해야"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 상인들이 올여름 폭염 속에서도 협소한 공간으로 인해 농산물 신선도 하락을 겪는 등 보관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 상인들이 올여름 폭염 속에서도 협소한 공간으로 인해 농산물 신선도 하락을 겪는 등 보관'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곳 시장의 이전 또는 재건축 여부를 조속히 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23일 오전 8시 대구 북구 매천동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이하 대구도매시장). 연일 이어진 폭염 속에 이곳 도매'중도매상인들은 농민들로부터 사들인 배추와 무, 양파 등 농작물을 뙤약볕 아래 줄줄이 늘어놓고 있었다. 이른 아침인데도 상인들 얼굴에서는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1.5t 화물 트럭에 실은 무를 시장으로 옮기던 한 상인은 햇볕을 막기 위해 트럭 위에다 파라솔까지 세웠다. 열기를 조금이라도 덜어보려고 작물에다 대고 연신 부채질을 하는 상인도 보였다. 시장 한쪽 쓰레기 처리장에서는 분쇄한 채소 찌꺼기가 금세 썩어 악취가 진동했다.

상인 김모(53) 씨는 "무와 배추는 고온에 매우 취약해 햇볕을 오래 쬘수록 빨리 무른다. 트럭 전체를 덮을 수도 없고, 폭염에 어찌할 도리가 없다. 이런 날씨에는 채소의 신선도를 유지하기가 정말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한 중도매상인도 "평소엔 사나흘씩 신선하게 유통할 수 있었던 배추, 무가 올여름에는 하루이틀 만에 무른다며 소매상인들의 원성이 크다"고 속상해했다.

올여름 상인들의 불만은 더욱 커졌다. 8월 한 달 대구의 일일 최저기온이 23.0℃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었고, 평균기온도 26.5~32.4도로 높았기 때문. 건물 공간이 넉넉지 않은 일부 청과법인이나 중도매상인들은 길가에 작물을 내놓고 판매하느라 손해가 더욱 컸다는 입장이다. 거듭된 폭염 탓에 산지에서 출하되는 일부 배추, 수박 등은 신선도가 이미 떨어진 채 시장에 들어오기도 했다.

상인들은 "채소와 과일의 도매가격이 지난해보다 20~30%가량 뛰었다. 나쁜 상품을 비싸게 팔다 보면 이곳 거래 상품의 신뢰도에도 흠이 갈 수 있다"며 "이게 다 대구도매시장이 좁고 시설이 낡은 탓이다. 대구시는 도매시장의 이전'재건축 여부를 하루빨리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대구시는 지난 6월 '대구도매시장 시설현대화사업 타당성 및 기본계획수립 용역 최종보고회'를 열고 대구도매시장의 이전과 재건축 모두 사업성이 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다만 대구시는 "첨예하게 대립 중인 상인들의 의견이 하나로 모일 때에만 이전'재건축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한 청과법인 관계자는 "수차례에 걸쳐 수억원의 연구용역 비용을 들이고도 대구시는 결단을 못 내리고 있다. 이래서야 10년간 질질 끌던 대구도매시장 시설 개선 문제는 내 평생 끝을 보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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