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칼럼] 지속가능한 콘텐츠로 승부하라

입력 2016-08-17 05:00:13

계성고
계성고'서강대(영문과 및 언론대학원) 졸업. 전 서강대'중앙대'한양대 겸임교수. 현 한국PR협회 및 한국PR기업협회 회장

영국인이 존경하는 기업 '10위' 옥시

한국 법 근거로 유해성 제품 판매 강행

유럽과 달리 사회적 책임 '이중 잣대' 적용

지속가능 경영의 철학'콘텐츠 어디 있나

'38세 실업자입니다. 대학을 중퇴했습니다. 요리사, 세일즈맨, 외교관을 거쳐 농사도 지어봤습니다. 마케팅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고 광고 카피는 써보지도 않았습니다. 광고가 재미있어서 업(業)으로 삼겠다고 결심했고 연봉 5천달러를 희망합니다.'

요즘 우리나라 취업준비생과는 비교도 안 될 보잘것없는 스펙의 보유자. 세계적인 광고대행사 오길비앤드매더(Ogilvy&Mather)의 창립자이자 1950년대 이후 광고계 번영을 이끈 '현대 광고의 아버지' 데이비드 오길비(David Ogilvy'1911~1997)의 이력서다. PR 전공자들에게 가장 존경할 만한 광고인으로 늘 수위(首位)에 오르는 그를 두고 시사 주간지 타임(Times)은 '광고의 마술사'라며 극찬했다.

이처럼 '세계 광고계의 전설'로 회자되는 오길비는 기존 고객 관리와 신규 고객 영입에 대한 독특한 철학으로 더욱 유명하다. 고객 창출에 대한 오길비의 기본 철학은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고 있으며, 오길비는 현재 모든 기업 화두의 중심인 '지속가능'(sustainable) 경영을 1950년대부터 이미 실행하고 있었다. 사업을 펼쳐나가는 기업들에 새로운 고객 발굴은 지상 최대의 과제다. 그러나 오길비는 신규 고객을 영입하는 데 항상 신중을 기했다.

모든 광고대행사가 고객으로 영입하기를 희망하는 미국 포드(Ford)사가 오길비에게 광고대행사로 일해주기를 부탁해 광고계의 부러움을 샀으나, 그는 장고 끝에 정중히 거절했다. 그는 포드 실무자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썼다. "귀사의 광고 예산은 현재 우리 회사가 거래하는 모든 고객의 집행 예산 절반에 해당합니다. 이는 우리들이 마음껏 조언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부담스러운 액수입니다." (쓴소리까지 포함하여) 마음껏 조언한다는 것은 그 고객이 최악의 경우 다른 광고대행사를 찾아 떠나게 되는 경우까지 상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편지는 금세 세간의 화제로 떠올랐다. 그는 "나는 고객을 선택할 때 매우 신중합니다. 우리 회사가 빨리 성장하면 부득이하게 경험과 노하우가 부족한 직원을 쓰지 않을 수 없으며, 또 새로운 고객의 캠페인 제1탄을 위해 우리 회사의 최고 직원을 동원해야 하기 때문에 종전의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소홀히 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위와 같은 사업 철학으로 오길비는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았을까? 해답은 서두에 이미 나왔다. 그는 전무후무한 최고의 광고인이자, 기존 고객에 대한 남다른 배려와 신규 고객 창출에 대한 철저한 원칙 덕분에 고객을 선택하는 입장이 되었다.

만일 기존 고객의 광고 집행 총매출의 반이 넘는 금액의 예산을 쓸 수 있는 자이언트 고객이 새로 들어온다면 어느 경영자가 마다하겠는가. 그러나 오길비는 단호하게 "노"(NO)라고 말했고, 그러한 용기와 전문성이 높이 평가되어 고객 증대는 물론 클라이언트라면 누구나 탐내는 일등 광고인으로 자리매김했다.

지속가능 경영은 1987년 세계환경발전위원회(WCED)가 발표한 '우리의 미래' 보고서에 처음 언급되었다. 양적 발전에 치중했던 당시에는 큰 주목을 끌지 못했으나, 그 중요성이 널리 퍼지면서 삼성, 현대차, SK, LG 등 주요 대기업은 매년 지속가능 경영 보고서를 발간하며 필수 경영지침으로 삼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주범으로 취급받는 옥시레킷벤키저(이하 옥시)는 영국인이 존경하는 기업 10위, 세계경제포럼 지속가능 경영 100대 기업 7위, 다우존스 지속가능 발전지수(DJSI), 푸치포굿지수(FTSE4GOOD 인덱스)에 연거푸 편입될 정도로 최고의 기업이다.

그런데, 한 연구소가 2015년 옥시가 발간한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살펴봤더니 사회적 책임 전반에서 이중 잣대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한다. 특히, 환경 영역에서 옥시는 영국 본사에선 등록되지 않은 화학물질의 판매를 차단하고자 유럽연합(EU)이 제정한 '화학물질 관리제도'(REACH)를 준용했지만, 한국에선 유해성이 발견되더라도 책임 소재를 가려내기 힘든, 개정 전 국내법을 근거로 판매를 강행했다.

경영 철학도, 콘텐츠도 부재한 옥시에 지속가능 경영은 과연 어떤 의미이며, 오길비가 현존해 있다면 그들에게 어떤 말을 해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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