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지금 의기투합해 기(氣)를 모으고 있다. 9월 28일 시행을 앞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을 뜯어고치고 손질하기 위해서다. 그 배경의 하나는 국민 여론의 따가운 질타이고, 다른 하나는 국회의원 자신의 호주머니와의 관련이다.
나라 안보와 밀접하다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와 북핵 위협 같은 긴급한 현안조차도 어쩌지 못했던 이 나라 의원들을 소위 김영란법이 움직이게 만든 꼴이다. 과연 청탁금지법이 의원에게는 사드나 북핵 위협 등 다른 어떤 일보다 '센 놈'이라는 말이 나올만하다.
현재까지 여야의 김영란법에 대한 손질 방향은 크게 두 갈래로 진행되는 듯하다. 하나는 법률의 적용 대상 문제로, 국회의원을 넣는 일이다. 의원 스스로 품격도 올리는 청렴과 관련이 있다. 애초 정부가 법을 제안할 때 들어갔던 국회의원을 19대 국회 심의 과정에서 뺐는데 20대 국회에서 다시 포함하자는 것이다. 이는 오로지 국민의 힘 덕분이다.
다른 갈래는 시행령 가운데 '식사비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을 각각 '5만원, 10만원, 10만원'으로 '돈의 상한선'을 올려 바꾸는 일이다. 농수축산물 소비 위축과 관련 업계의 소비절벽 같은 피해를 최소화하자는 명분이다. 이는 피해 구제를 내세운, 그러나 실은 자신들 호주머니 걱정 탓이다.
이런 다른 배경의 법 손질은 우리 국회 셈법상 50% 결실은 거둘 것이다. 국회의원 포함 법 개정은 '국회도 노력한다'는 시늉만 보이는, '보여주기'로 끝날 것이 뻔하다. 반면 '돈'의 문제는 성공 가능성이 클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까지 거드는 모양새이니까(필자 주장이 엉터리가 되길 바랄 뿐이다).
국회가 김영란법을 어떻게 손질하든 법 취지를 훼손해선 안 된다. 이 법은 부패와 비리의 고리를 끊고 청렴과 공정 사회로 가는 디딤돌을 놓기 위해 마련됐기 때문이다. 부정과 부패, 비리로 한때 지도에서 사라진 '조선'의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우리 사회에 전염병처럼 만연한 '망국의 씨앗'을 솎아내기 위함이다.
지금 온 나라가 썩은 냄새다. 진경준 검사장 비리에 우병우 청와대 수석의 의혹과 같은 법조계의 썩은 악취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뿐이다. 부정과 비리, 부패를 막을 검찰부터 이러니 다른 정부 부처도 도긴개긴이다. 소위 정부 부처 지도층과 엘리트 범죄는 날이 밝기 바쁘다. 어제오늘만이 아니다.
하물며 국민 안전을 책임진 최후 보루 같은 국방 분야의 비리와 부패도 잇따라 터져 뉴스 가치로 취급받지 못할 정도로 일상화되고 있다. 35년이나 일제에 빼앗긴 나라를 되찾는데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놓은 독립운동가 김구 같은 분의 후손조차 국방 비리로 오욕의 삶을 살아야 하지 않았던가.
보다 많이 갖고 더 배우고 익힌 윗사람의 은밀한 비리와 부패가 아랫사람은 물론, 주변으로 옮기는 전파력은 뛰어나고 기세도 무섭다. 정부 부처 지방사무소나 시'도 지방정부 공직 세계의 끊임없는 크고 작은 비리와 부패, 도덕적 해이는 당연하다. 안동시청과 울릉군청에서 올 들어 잇따라 드러났던 부실 행정은 좋은 사례다.
지방의회도 빠지지 않는다. 지방정치의 뿌리조차 썩은 셈이다. 봉화군의회 등 경북의 상당수 기초의원들은 국민 세금으로 과거 국회의원들처럼 40만원 넘는 금배지를 나눠 가졌다. 봉화군 의원들은 수십만원짜리 운동복까지 사입는 등 세금을 멋대로 써도 처벌받았다는 사람 하나 없다. 제 몫 챙기기 바쁜 국회나 지방의회의 부실 일심동체다.
결론은 분명하다. 국회가 김영란법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지금 안팎으로 일본 중국 같은 사냥꾼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이들 사냥꾼들은 야성(野性)이 대단하다. 이는 역사의 교훈이다. 부정부패와 비리로 다시 먹잇감이 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부정과 비리와 부패의 끝은 늘 비극임을 역사는 일깨워준다. '사드보다 센' 김영란법으로 역사의 비극을 막자고 하면 지나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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