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정민 기자의 올라! 리우] 농구 관중들 흥분 가라앉힌 '남미 앙숙'

입력 2016-08-15 05:00:01

축구만큼 농구도 상위권 경쟁…2차 연장 111대 107 아르헨 승리

14일 브라질 리우 카리오카 아레나1에 모인 아르헨티나 관중이 브라질과의 남자 농구 대결에서 승리한 아르헨티나 선수들에게 환호를 보내고 있다. 채정민 기자
14일 브라질 리우 카리오카 아레나1에 모인 아르헨티나 관중이 브라질과의 남자 농구 대결에서 승리한 아르헨티나 선수들에게 환호를 보내고 있다. 채정민 기자

리우 올림픽에서 개최국 브라질이 한국과 일본의 관계처럼 이웃 아르헨티나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남미의 거인인 두 나라는 대륙의 주도권을 두고 경쟁하는 사이다. 실제 전쟁(일명 500일 전쟁)을 벌이기도 했을 만큼 구원(舊怨)도 있다. 1825년 두 나라는 브라질 남부 시스플라티나주의 독립 문제를 두고 전쟁을 벌였다. 이 전쟁에서 브라질이 패배, 유럽의 중재로 우루과이라는 나라가 탄생했다. 이구아수 폭포 소유권을 두고도 각축을 벌인 바 있다.

두 나라의 '앙숙' 대결은 축구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축구 스타 펠레와 마라도나를 배출한 두 나라 국민의 축구에 대한 자부심은 남다르다.

축구만큼은 아니지만 농구도 두 나라가 사랑하는 스포츠. 실력도 만만치 않다. NBA(미국프로농구) 스타들을 내세운 미국의 위세가 워낙 두드러져서 그렇지, 스페인이나 동유럽권 국가와 함께 세계 농구 판도에서 상위권을 형성 중이다. NBA에서 뛰는 선수도 여럿이다. 아르헨티나는 마누 지노빌리(샌안토니오 스퍼스)와 루이스 스콜라(토론토 랩터스), 브라질은 네네 힐라리우(휴스턴 로케츠)와 레안드로 바르보사(피닉스 선즈) 등이 NBA 소속이다.

14일 두 팀이 남자 농구 예선에서 맞붙었다. 현지시간으로 토요일 오후여서 관중석은 빈자리가 없었다. 가뜩이나 올림픽 개막 후 서로 조롱과 야유를 보내고, 각자 맞선 상대팀을 일방적으로 응원하는 등 신경전을 벌여왔는데, 상당한 인기를 구가 중인 농구에서 정면충돌한 것이다.

예상대로 접전이 펼쳐졌다. 경기가 치열해지면서 관중석의 열기도 마치 록 콘서트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후끈 달아올랐다. 상의를 벗고 국기를 흔드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발을 구르고 구호를 외치는 팬들도 많았다.

두 팀은 2차 연장까지 가는 혈투를 벌였고, 111대107로 아르헨티나가 승리를 가져갔다. 브라질은 주춤하던 바르보사(11점 5리바운드)가 경기 막판 잇따라 골밑을 돌파하고 3점슛까지 성공했지만 아르헨티나의 파쿤도 캄파조(33점 11어시스트), 안드레스 노치오니(37점 11리바운드)의 공세를 저지하지 못해 고배를 마셨다.

이날 경기 전 관중 난동 등 불상사가 우려되자 두 팀 선수들이 관중에게 미리 자제를 호소하기도 했다. 아르헨티나의 주장 루이스 스콜라는 "위험하고 때로 큰 싸움이 일어나는 축구와는 다르다. 이것은 올림픽 경기인만큼 올림픽 정신을 지켜야 한다"고 했고 브라질 선수단도 비슷한 말을 했다. 그 덕분일까. 경기 후 브라질 관중은 '조용히' 경기장을 빠져나갔고, 아르헨티나 팬들은 오랫동안 노래를 부르며 기쁨을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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