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걱정에…폭염 피하려는 시민들의 묘안

입력 2016-08-12 05:00:02

단칸방 살이, 지하철은 피서지, 붐비는 카페·마트, 퇴근 안하고 야근

방 3개짜리 아파트에 사는 김모(41) 씨 가족은 올여름 '단칸방살이'를 하고 있다. 전기요금 걱정에 거실에 있는 스탠드형 에어컨은 아예 덮개를 씌웠고, 벽걸이형 에어컨이 있는 안방에서 식구 3명이 모여 지내고 있다. 지난해 스탠드형 에어컨을 마음 놓고 켰다가 20만원이 넘는 전기요금 폭탄을 맞고서 생각해낸 자구책이다. 김 씨는 "거실 TV도 아예 안방으로 옮겼다. 주방도 너무 더워 요리 대신 배달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다"고 했다.

불볕더위에 시달리는 시민들이 '전기요금 폭탄'을 피하기 위해 온갖 묘안을 짜내고 있다. 에어컨 가동 시간을 최대한 줄이거나 냉방이 잘되는 공공장소나 대중교통, 대형마트, 직장 사무실 등에서 시간을 보내는 식이다.

대중교통 지하철은 이용이 무료인 노령층에게 피서지나 다름없다. 대구 달서구에 사는 이모(75) 씨는 요즘 하루 7, 8시간을 도시철도에서 보낸다. 시원한 데다 무료로 얼마든지 머무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씨는 "동네 다른 노인들이랑 같이 타면 심심하지도 않고 좋다. 반월당역처럼 사람들이 많은 곳에 내려 구경도 하고 무료급식소에서 식사도 해결한다"고 말했다.

주부들은 주로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면서 더위를 식힌다. 요즘 평일 낮 시간대 카페나 대형마트는 주말 못지않게 사람들로 붐빈다. 주부 김주희(37) 씨는 "집에서 혼자 에어컨을 켜기 부담스러워 일부러 더운 시간대에 장을 보거나 은행업무를 보러 나온다"며 "집안일은 가족들이 돌아오는 오후 시간대에 에어컨을 켜고 한다"고 했다.

일터를 떠나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일부 직장인은 퇴근시간이 지나도 직장에 남아 시간을 보내거나 추가 업무를 하기도 한다. 학원강사 김모(28) 씨는 "보통 수업이 끝난 오후 10시면 바로 귀가했지만, 요즘에는 시원한 학원 사무실에서 강의 준비를 하고 최대한 늦게 집으로 돌아간다"면서 "열대야 때문에 에어컨 없이는 잠을 잘 수 없는데 에어컨을 1시간이라도 덜 켜면 요금 폭탄을 피할까 싶어 생각해낸 고육지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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