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달해의 엔터 인사이트] 9년 장수 예능 '스타킹' 종영

입력 2016-08-12 05:00:02

재능+사연, 일반인들의 착한 예능 '감동 킹'

강호동의 트레이드마크였던 SBS '스타킹'이 지난 9일 마지막 방송을 했다. 2007년 1월 첫 회를 내보낸 후 9년여 만에 안방극장에서 퇴장했다. '스타킹'은 다양한 장기와 사연을 가진 일반인 출연자를 무대의 중심에 세워 웃음과 재미, 그리고 감동을 끌어내며 'MSG 없이도 맛깔스러운 프로그램'이라 불렸다. 한때 토요일 저녁에 편성돼 동 시간대 경쟁작인 MBC 간판예능 '무한도전'까지 압도했다. 긴 시간 동안 방송을 이어오던 중 소재 고갈 및 포맷 변화의 필요성 등 문제점을 지적받았고 시청률이 떨어지면서 프라임 타임에서 밀려났다. 편성 변경 후 5, 6%대 시청률을 유지하며 꾸준히 재기를 노렸지만 아쉽게도 SBS가 종영을 결정하면서 막을 내리게 됐다.

◆화제의 출연자들

'스타킹'의 마지막 방송은 지난 9년여간 이 프로그램을 통해 화제가 됐던 출연자들의 소식들로 마무리됐다. 12살의 나이로 국악신동이라 불리며 '스타킹'에 출연해 이목을 집중시켰던 송소희, 그리고 힘들게 살아가면서도 성악에 대한 꿈을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고딩 파바로티' 김호중 등의 근황이 공개됐다. 시각 장애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음감과 손끝의 감각으로 피아노를 연주하던 예은이의 소식 역시 시청자들을 반색하게 만들었다.

말미에는 '스타킹' 출연자 중 성악가의 꿈을 가지고 있었던 인물들의 하모니가 울려 퍼져 감동을 자아내기도 했다. '정비공 폴포츠' 성정준, '휠체어 폴포츠' 황영택, '중딩 폴포츠' 양승우, '악동 파바로티' 이응빈 등 각각 시련을 겪으면서도 노래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던 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화음을 만들었다.

이처럼 '스타킹'은 다방면에 걸쳐 재능을 가진 일반인들을 소개하며 갖은 이슈를 생산했다. 9년여간 '스타킹'을 거쳐 간 일반인 출연자의 숫자만 3천여 명에 달한다. 노래와 춤, 마술, 차력, 무술 등 폭넓은 분야의 실력자들이 출연해 사연을 소개하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시각장애를 가진 피아니스트 예은이를 비롯해 발달장애 1급 판정을 받고도 피아노에 매진하던 김민수, 심지어 두 팔이 없는 상태에서도 피아노를 치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여준 출연자도 있었다. 트레이너 '숀리'나 유승옥 등 일반인 출연자들과 함께한 다이어트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끌며 일약 스타로 떠오른 전문가들도 있다. 출연자들의 재능에 감탄하고 즐거워하면서 훈훈한 '사람 냄새'까지 느낄 수 있게 만드는 예능 프로그램. '스타킹'의 최대 장점이었다.

◆강호동, 마지막 인사 "눈물 날 것 같다"

MC 강호동은 "눈물이 날 것 같다"며 "이 프로그램은 제가 진짜 인생을 배울 수 있는, 제 인생 최고의 학교였다"고 말하며 프로그램 제작진과 시청자들을 향해 고개 숙였다. 강호동의 옆에서 함께 MC로 활약했던 이특은 SBS 예능본부장이 촬영장까지 찾아와 직접 전한 감사패를 받던 중 결국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이처럼 '스타킹'이 강호동을 비롯한 고정 출연자들에게 각별한 의미가 있는 프로그램인 건 사실이다. 특히 강호동에게는 '국민 MC'의 이미지를 만들어준 고마운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일단, 10대부터 노년층까지 함께하는 장수 프로그램의 MC로 그 시작과 끝을 같이했다는 사실만으로 의미가 남다르다.

'스타킹'이 첫 방송되던 시점에 강호동은 이미 '1박 2일' 등으로 최정상에 올라 있었다. 일반인 출연자들의 재능과 사연을 소개하며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촌스러운 포맷이 톱 MC 강호동을 부담스럽게 만들었을 법도 하다. 그런데도 강호동은 유독 '스타킹'에 애정을 쏟았다. 일반인 스타를 발굴해 알리며 재미와 감동을 끌어내는 '스타킹', 그 중심에서 대중과 호흡하는 MC라는 긍정적 이미지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앞서 잠정은퇴 선언으로 활동을 중단했다 돌아왔을 때도 '스타킹'을 통해 복귀를 알렸다.

이특에게도 '스타킹'은 특별한 프로그램이다. 이특은 붐과 함께 강호동 뒤에서 고정 패널로 활동하다 차츰 비중이 커져 '스타킹'에서 가장 주목받는 고정출연자 중 한 명으로 떠올랐다. 그러다 강호동의 활동 중단 기간부터 MC로 무대 중심에 서서 프로그램을 이끌기도 했다. 강호동이 복귀한 후에도 동반진행자로 호흡을 맞췄다. 그러니 이특에게 '스타킹'은 진행자로서의 재능을 각성하게 만들어준 프로그램이며, 그룹 슈퍼주니어가 아닌 이특 개인의 능력으로 활동폭을 넓힐 수 있도록 계기를 마련해준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아홉 살 '스타킹'의 희로애락

'스타킹'의 9년은 한 사람의 인생사처럼 다사다난했다. 시청률과 화제성을 높이며 정점에 서기도 했고 각종 사건과 논란에 휩싸이며 내리막길을 걷기도 했다.

'스타킹'은 방송 시작 후 줄곧 '건전한 재미를 추구하는 예능'으로 호평을 들으며 동 시간대 시청률 2위를 유지했다. '다이어트 킹' '목청 킹' 등의 기획을 내놓던 2010년부터 2012년 즈음에는 '무한도전'을 제압하고 1위를 차지하는 경우도 많았다. 숀리와 함께한 '다이어트 킹'은 비만으로 고민하던 일반인 출연자들이 운동을 통해 바뀌는 과정을 보여주며 프로그램에 대한 주목도를 대폭 상승시켰다.

하지만, 일반인 출연자의 재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포맷은 한계가 분명했다. 제아무리 MC의 능력이 뛰어나도, 또는 기발한 장기프로젝트를 내놔도, 우선은 회차별 일반인 출연자들의 활약이 '스타킹'을 만들어가는 주된 재료가 될 수밖에 없었다. 제작진이 가장 신경을 기울인 부분도 재능과 사연을 가진 일반인 출연자를 찾아내는 것.

그러나 드라마틱한 사연과 재능의 주인공을 매주 카메라 앞에 세운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수년에 걸쳐 시청자들도 '스타킹'이 전한 재미와 감동에 익숙해져 어지간한 스토리에는 반응하지 않게 됐다. 자연스레 '스타킹'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약점을 덮고 돌파구를 찾기 위해 '스타킹' 제작진은 장기프로젝트에 더욱 집중했다.

이 과정에서 '스타킹'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다이어트' 소재에 집착하기도 했다. 미모의 트레이너를 내세우거나 또는 다이어트를 통해 정신적 스트레스를 없애고 사회적 성공까지 이뤄낼 수 있다는 식으로 풀어내 '외모지상주의를 조장하는 게 아니냐'는 말을 듣기도 했다. 강호동의 활동중단 역시 '스타킹'에는 치명타가 됐다. 이 시기에 박미선과 붐, 이특이 MC로 나서며 프로그램을 지켰지만 강호동의 부재로 인해 인지도가 떨어져 회복에 애를 먹어야 했다.

시청률과 화제성으로 정점을 찍으며 막을 내리는 드라마는 많다. 하지만 예능은 정반대다. 오히려 '단물이 빠질 때까지' 우려먹다 더 이상 '나올 게 없다'는 판단이 들면 폐지된다. 시청률은 이미 떨어질 때로 떨어진 상태, 종영이 확정되면 '그럴 만하다'는 식의 반응이 이어진다. '스타킹'의 퇴장 역시 인기 드라마처럼 화려하진 않았다.

그러나 '착한 예능'을 고수하며 9년을 넘게 프로그램을 이끈 주역들의 노력에 칭찬이 이어지고 있다. 오르막길에 이어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지만, 예능계 선순환을 위해 한 편쯤은 있어야 했던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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