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 '소방관용 웨어러블 로봇' 세계 첫 개발·상용화 앞장
과학자들은 "20세기 말을 인터넷이 장악했다면 21세기는 '로봇 세상'"이라고 단언한다. 이들은 로봇이 20세기 반도체를 능가할 만큼 경제'문화'사회 전반에 걸쳐 엄청난 반향을 몰고 올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도 로봇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자동차와 반도체 조립에서 활용되고 있는 1차원 산업용 로봇은 이미 1970, 1980년대부터 산업 현장에서 쓰였다. 1990년대 들어 이러한 산업용 로봇 역할이 한계에 도달하면서 자연스레 한 차원 앞선 로봇의 필요성이 대두했다.
필요를 충족하는 로봇을 구현해가는 과정에서 전기'전자'통신'의료'기계'소재'컴퓨터공학 등 영향을 미칠 각종 부산물도 엄청나다. 이제는 로봇 산업에서 뒤처지면 미래를 담보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이제 태동하기 시작한 경상북도의 로봇 비즈니스를 상'하로 나눠 살펴본다.
◆2016년, 경북 로봇 비즈니스 원년
올해 경북도는 로봇전문기업 ㈜FRT(대표 장재호)를 포항에 유치했다. ㈜FRT는 2015년 설립된 기업으로 필드 작업자용 웨어러블 로봇 기술을 국내 최초로 개발한 스타트업 기업이다.
이 회사는 웨어러블 로봇 관련 기술 특허를 한국생산기술연구원으로부터 이전받아 소방관용 상용화 모델을 개발했다. 필드작업 지원을 위한 유압구동식 웨어러블 로봇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상용화에 성공했으며, 경북소방학교 소방관을 대상으로 초기 필드 테스트도 마친 상태다. 유압 구동식 웨어러블 로봇은 소형화 등 기술적 변경을 통해 소방관용뿐만 아니라 노인세대의 가벼운 산행을 도와주는 레저용, 대학 교육과정 실험을 위한 교육용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이는 경북도가 그간 로봇 기술 개발과 시장 보급사업을 통해 추진한 '소방관용 웨어러블 로봇' 상용화를 위한 노력의 산물이다.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소방관용 웨어러블 로봇처럼 공공 부문 수요 창출에 경북도가 적극 앞장서겠다"며 로봇사업화에 대한 의지를 피력한 뒤 의지를 구체화한 첫 사례다.
올해 ㈜FRT 유치 덕분에 경북도와 포항시, 한국로봇용합연구원, ㈜FRT는 웨어러블 로봇이라는 신규 산업 시장 창출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FRT는 경북도와 포항시로 기업 이전은 물론이고 앞으로 4년간 30억원 시설투자와 신규채용을 추진한다. 한국로봇융합연구원과는 관련 신기술을 공동 개발할 예정이다. 경북도와 포항시는 공공 분야에서 로봇 구매를 통해 제품 활용과 제품 고도화를 위한 테스트베드 역할을 할 전망이다.
◆경북 로봇산업, 어디까지 왔나
경북도는 지난 4월 소방관의 인명 구조와 화재 진압 활동을 돕는 웨어러블(몸에 착용하는 옷 방식) 로봇을 선보였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로봇융합연구원, ㈜LIG넥스원, ㈜FRT가 연구 개발에 참여했다. 이번에 선보인 웨어러블 로봇은 유압구동기 방식을 도입해 기존보다 에너지 50%, 가격 30% 절감에 성공했으며 올 상반기 경북소방학교에 설치된 화재진압 연습용 고층빌딩에서 소방관을 대상으로 실증 테스트를 마쳤다.
이 웨어러블 로봇은 소방관이 매는 산소통의 체감 무게를 70%가량 줄여준다. 소방관은 화재 현장에서 11㎏짜리 산소통 1개를 메고 45분 정도 인명구조 활동을 한다. 다리의 힘이 세지면 활동 시간이 늘어날 수 있다. 웨어러블 로봇을 착용하면 산소통을 2개까지 멜 수 있다. 2개의 무게인 22㎏은 6.6㎏으로 줄어들고 인명 구조 등 활동 시간은 2배로 늘어난다.
당시 테스트에 참여한 경북소방학교 교관은 "계단을 오를 때 로봇이 밀어줘 훨씬 수월하다"고 말했다.
다만 25㎏가량인 로봇 자체 무게 때문에 혼자서 입고 벗을 때 어려움이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 로봇 시제품 제작비는 현재 4천700만원이지만, 대량 생산하면 800만원대로 낮출 수 있을 전망이다. 이 같은 근력지원 웨어러블 로봇은 미국과 일본에서 국방용과 산업용으로 개발됐다. 소방용은 세계적으로도 처음이라는 게 경북도의 설명이다.
그간 경북도는 '로봇으로 건강하고 행복한 로보피아(Robo-pia)' 실현을 위해 2005년 개소, 2012년 국가전문생산연구원으로 승격한 한국로봇융합연구원과 함께 활발한 활동을 펴고 있다.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대형 국책 프로젝트인 2013년 수중건설로봇, 2016년 국민안전로봇 등의 사업을 추진하면서 축적된 기술력과 로봇기업과의 네트워크 기반을 다져왔다.
김 도지사는 미국 보스턴컨설팅사에서 언급한 '라이즈 오브 로보틱스'(Rise of Robotics)를 인용하면서 "지금까지 국가산업전략이 추격전략(catch -up)이라면 로봇 분야는 우리가 이끌어갈 수 있는 마지막 산업이다"며 "경북도 유치 및 이전 1호 로봇기업인 ㈜FRT를 시작으로 본격 로봇 비즈니스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경북의 로봇 비즈니스 경쟁력은?
경북도는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포항의 철강단지, 구미의 디스플레이 전자단지, 경산'영천'경주의 기계부품단지 등을 중심으로 로봇 시스템 제작과 응용 경험, 산업용 로봇 시스템 기술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한 만큼 시장 경쟁력은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내 로봇시장이 2조6천억원 규모로 본격 시장 형성 전이고 세계적인 경제침체로 인해 여러 난관이 있다.
김 도지사는 "로봇은 자동차, PC 이후 21세기 대표적인 최종사용자(end user) 제품으로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를 선도할 미래 핵심산업"이라면서 "경북은 우수한 로봇 관련 인프라와 연구개발 수행 능력을 활용, 로봇산업을 미래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자 다양한 비즈니스 지원책을 구상 중이다"고 했다.
대표적 추진사업으로 경북도는 소방관용 웨어러블 로봇을 시작으로 올해부터 경북 로봇산업 발전 10대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추진 중이다.
경북도의 로봇산업 10대 프로젝트는 4개 권역별 산업특성과 연계해 ▷포항 중심의 안전'산업 ▷경산'영천 중심의 국방'소방 ▷구미 중심의 가전'의료 ▷안동'영주 중심의 농업'문화 로봇산업을 육성하는 프로젝트로 관련 산업과 동반성장에 초점을 두고 있다.
올해는 지역산업과 연관성이 가장 높은 농업용 로봇, 제조용 로봇의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다. 특히 경북의 지역전략산업으로 추진 중인 스마트 기기 웨어러블 디바이스 사업과 연계해 소방관 근력 지원은 물론 몸에 부착하는 헬멧과 링을 통해 혈압과 위치 등의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기능까지 추가할 계획이다.
경북도 박성수 창조경제산업실장은 "소방관용 웨어러블 로봇 전문기업인 ㈜FRT와 같은 지식기반기업을 통해 경북도에서 다양한 로봇 비즈니스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경북도가 추진 중인 국가 R&D에 참여하고 있는 로봇기업을 경북으로 유치할 것"이라며 "로봇기업의 도내 이전과 창업 시 산업단지 우선분양, 각종 보조금 등 인센티브를 우선 지원할 것이며 조만간 한국로봇융합연구원을 통해 다양한 지원책과 육성책을 담은 경북로봇융합 신산업 발전전략을 수립, 11월쯤 상세 내용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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