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 놀이터' 아파트 바닥분수 수질 주의보

입력 2016-08-11 05:20:05

관리규정 없어 저수조 청소만…사용된 물 재사용, 오염 우려↑

바닥 분수를 즐기며 더위를 식히고 있는 아이들. 하지만 아파트 바닥분수는 수질관리 사각지대로 물 재사용이나 오염 우려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매일신문 D/B
바닥 분수를 즐기며 더위를 식히고 있는 아이들. 하지만 아파트 바닥분수는 수질관리 사각지대로 물 재사용이나 오염 우려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매일신문 D/B

10일 오후 대구 동구의 한 아파트 단지 내 바닥분수. 어린이 10여 명이 온몸을 적신 채 솟아오르는 물줄기 속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는가 하면 물총 싸움을 하며 한바탕 신나게 놀고 있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고 있는 부모들의 표정에선 불안감이 내비쳤다. 한 주민은 "여름이면 이곳에서 물놀이하는 아이들이 많은데 수질검사를 따로 하는지 모르겠다. 아이가 좋아해 물놀이하러 오긴 하지만, 수질이 어떤지 영 찜찜하다"고 불안해했다.

여름철 아이들이 즐겨 찾는 아파트 내 바닥분수 수질에 대한 입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구조상 수질관리가 쉽지 않고 지자체의 관리 대상에서도 빠져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환경부 조사에 따르면 전국 지자체가 설치한 바닥분수는 2011년 325개에서 2014년 621개로 연평균 증가율이 30%에 이를 만큼 급증하고 있다. 특히 2014년 전체 수경시설(868개) 중 바닥분수는 71.5%를 차지했다. 이런 추세는 민간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최근 지어지는 아파트를 중심으로 바닥분수를 설치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바닥분수는 주로 지하에 매설돼 한번 설치하면 개보수가 어렵고, 사용된 물이 저수조에 들어가 재사용되기 때문에 오염 가능성도 높다. 실제 지난해 환경부 조사에서 대장균 개체 수 등 수질 기준을 초과한 수경시설 41곳 중 바닥분수가 85%(35개)나 차지했다. 이처럼 오염된 물이 유아와 어린이의 피부에 닿거나 입과 호흡기 등으로 유입되면 자칫 피부염이나 구토, 설사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아파트는 수질관리를 자체적으로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동구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여름이면 하루 5시간 바닥분수를 가동하는데 구청에서 별도 관리 지침이 내려온 적은 없다"며 "자체적으로 열흘에 한 번씩 물을 갈고 저수조 청소를 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정부가 내년부터 시행할 '공공 및 민간시설 내 바닥분수 수질검사 의무화' 방침에도 아파트 내 시설은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 관계자는 "아파트 공용시설은 한정된 입주민이 사용하는 곳이라 일단 가이드라인 배포 등으로 자율 관리를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내년부터 민간시설도 검사에 넣는 법이 시행되면 아파트 내 바닥분수라도 기준에 해당될 경우 관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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