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살이에 정답은 없다고 한다. 본인 스스로 정답을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이다. 여기, 오늘도 그 정답을 향해 부지런히 삶을 일구는 김외남(72'대구시 만촌동) 씨가 있다.
김 씨는 해방둥이로 태어났다. 6'25를 겪으며 현대사의 격랑을 헤쳐 나왔다. 1960년대에는 새마을운동의 일환으로 마을문고독서회를 결성하여 농촌계몽운동도 했다. 경북도 출신이라면 누구나 선망하는 경북여고에 합격하였으나 진학을 포기해야 했다. 가난해서가 아니라 여자라는 이유로 꿈을 접어야 했다. "부모님이 계집애는 공부해도 말짱 헛것이라며 입학금을 주지 않아 끝내 학교를 못 다녔습니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나서야 꿈에 그리던 고등학교를, 울면서 돌아 나온 경북여고 교정에서 방송통신 고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그중에서 나는 가장 나이 많은 학생이었습니다. 결석 한 번 하지 않고 드나든 덕분에 전체 학생을 대표해서 당당하게 상장과 졸업증서를 받았습니다. 방송대 국문학과도 졸업했습니다."
김외남 씨는 남녀 차별이라는 불평등 속에서도 가정을 위해 버팀목이 되었고 진정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찾아다녔다. 여성으로 태어난 것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면서 딸의 일, 아내의 일, 어머니의 일 등 기꺼이 그 역할에 충실했다. 가사에서 해방되면서부터는 문화센터에서 댄스, 예도, 가요, 요가, 사진 등을 배웠고 마침내 문학마당에 둥지를 틀었다. 2008년 수필가로 등단한 김 씨는 바쁜 일상 중에도 틈틈이 글을 쓰며 학창시절 이루지 못한 문학소녀의 꿈을 회갑을 넘긴 나이에 이루게 되었다. 수필집 '회상의 메아리' '엄마놀이'도 출간했다.
김 씨는 동네에서 '자전거 아줌마'로 불린다. 모임에 갈 때마다 자전거를 이용한다. 시내 곳곳을 자전거로 다니지만 간혹 바쁘거나 먼 거리를 갈 때는 역 근처에 세워두고 지하철을 이용한다.
또한 김 씨의 가방은 늘 묵직하다. "외출 시 책 한 권은 기본이고 하모니카도 항상 넣고 다닙니다. 힘들고 지칠 때는 하모니카 하나도 무겁지만 그 자체가 위로가 됩니다. 예전엔 등산을 했는데 허리가 안 좋고부터는 그만두었어요. 그 대신 폐활량을 키우는 데 하모니카 부는 게 좋다고 해서 동요부터 불기 시작했지요. 이젠 아는 노래는 거의 불 수 있어요. 혼자서 독학으로 익히다 보니 피아노도 제법 치게 되었습니다. 하모니카교실 친구들과 요양병원에 봉사활동을 다니기도 합니다."
인생에 있어서 가장 위대하고 아름다운 여행은 곧 자신을 발견해 가는 모험 속에 있다고 한다. 하루 24시간을 빠듯하게 쪼개 쓰고, 그 바쁨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김 씨는 삶을 아름답게 수놓는 설계사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데, 서글퍼한다고 나이 안 먹는 것도 아닌데, 기왕이면 맛있게 먹고 즐기며 먹자는 게 김 씨의 주장이다. "하늘에서 똑같이 비추는 태양빛도 그늘진 곳과 양지바른 곳이 있고, 내리는 비도 골고루 나누어주지를 않지만, 나이는 모든 삼라만상에 똑같이 먹여줍니다. 연년세세 지날 때마다 나이 먹는 게 싫다고 안 먹을 수도 없습니다. 나이가 버거울 때도 됐는데 무겁다는 생각은 없습니다. 나이 먹는다고 호들갑을 떨 일도 아니지요. 나이! 기왕이면 맛있게 먹고, 즐기며 먹어야겠지요. 세상에 이처럼 동등한 게 또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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