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찜통더위보다 더 무서운 '징벌적' 가정용 전기요금

입력 2016-08-08 05:20:00

매년 여름이면 되풀이하는 '전기요금 폭탄' 논란이 커지면서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무더위에도 에어컨 켜기가 겁날 정도로 누진제의 부작용이 큰 때문이다. 에너지 절약 유도와 저소득층 전기요금을 낮춰 소득 재분배 효과를 낸다는 취지로 시행한 누진제를 이제 폐지하거나 개편해 가정 전기료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전기요금 개편의 필요성은 누진제를 처음 시행한 2007년과 현재 가구당 소비량 변화를 비교하면 한눈에 드러난다. 2007년 월 300㎾h 이상 전력 소비 가구 비중은 전체 가구의 5.8%에 불과했다. 그러다 2014년에 22.6%, 2016년에는 28.7%로 늘었다. 전체 가구의 약 30%가 월 300㎾h 이상 전기를 쓴다는 통계다. 이는 보통의 가구도 계절에 따라 사용량이 많으면 요금 폭탄을 맞을 수 있다는 말이다. 평소 전기료가 4만원 선인 가정에서 하루 3시간가량 에어컨을 켜면 월 9만8천원, 6시간이면 18만원 넘게 내야 한다.

현재 전력 소비 비중이 전체의 52%인 산업용이나 32%인 상업용 전기요금은 가정용에 비해 단가가 훨씬 낮은 단일요금 체계다. 아무리 많이 써도 단가는 그대로다. 하지만 13%에 불과한 가정용은 6단계로 나눠 1단계(월 100㎾h 이하)는 ㎾h당 60.7원에 그치지만 6단계(월 500㎾h 이상)가 되면 709.5원으로 무려 11.7배나 높아져 매우 불리하다. 게다가 유가 하락 등 추세로 볼 때 현행 제도가 저소득층에 더 유리한 제도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전기요금 개편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10년간 전력 사용 패턴이 크게 달라졌고, 불합리한 요금 체계임이 드러났음에도 이를 미루는 것은 선풍기 하나로 더운 여름을 견디라는 소리나 마찬가지다.

정치권과 학계의 주장처럼 현행 누진 구간을 대폭 줄이고, 누진율도 재조정하는 등 근본적인 요금체계 개편을 서둘러야 한다. 누진제를 채택한 미국과 일본, 중국도 최저와 최고 구간의 누진 배율이 2배 이상 벌어지지 않는다. 유독 우리 가정에만 과도한 누진제를 적용해 전기 절약을 요구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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