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혼란과 열정 사이

입력 2016-08-08 05:20:00

"라라~라라이~라라이~."

영화 '흑인 오르페'(1959년)의 주제곡 '카니발의 아침'은 브라질에서 기원한 보사노바(bossa nova'새로운 경향이라는 포르투갈어) 리듬의 대표곡이다. 삼바에 재즈를 가미한 보사노바는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으면서 가볍게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음악이다. '카니발의 아침'은 삶의 기쁨인 카니발이 시작되는 아침을 맞은 설렘과 카니발이 끝난 뒤의 상실감을 걱정하는 슬픈 멜로디의 곡이다.

노래에 나오는 셀렘과 걱정은 한자리에 있을 수 없는 단어인데도 브라질에서는 묘하게 어울린다. 열정과 혼란, 흥겨움과 치안 부재, 축제와 빈민가, 리우 올림픽과 지카바이러스, 아마존과 대도시…. 우리 사고로는 이해할 수 없는 브라질만의 독특한 문화가 있다. 뭔가 아귀가 맞지 않은, 비합리적이고 모순적인 패러다임이 이 나라의 매력인지 모른다.

건국 역사를 보면 브라질의 독특함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브라질은 1822년 9월 7일 포르투갈에서 독립했는데, 독립선언을 한 이는 아이러니하게도 포르투갈의 왕위 계승자인 페드루였다. 페드루 왕자는 리우데자네이루의 뜨거운 밤에 물라타(흑백혼혈 여자) 꽁무니를 쫓아다니곤 했는데, 24세 때 운명의 날을 맞았다. 그날 상파울루 이피랑가 시냇가에 쪼그리고 앉아 '자연의 부름'에 응하고 있었다. 저녁을 먹고 탈이 나 복통이 심한 상태였다. 그때 전령이 리스본에서 편지 한 통을 가져왔는데 용변을 보면서 편지를 읽었다. 편지는 포르투갈-브라질 연합왕국을 해체하고 브라질을 다시 식민지로 격하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긴 욕설을 퍼붓고 바지를 올린 후 연미복에서 포르투갈의 기장(記章)을 떼내고 초대 황제인 페드루 1세가 됐다. 재미있는 것은 식민지를 독립시킨 페드루 1세는 1826년 포르투갈 국왕을 겸하다 7세 딸에게 포르투갈 왕위를 물려줬다는 점이다. 변덕스럽고 급한 성격의 왕자가 브라질의 초석을 세웠다는 점에서 브라질인의 기질을 엿볼 수 있다.

리우 올림픽이 열리는 브라질은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임금을 받지 못한 경찰'소방관이 공항에 '지옥에 온 것을 환영한다'는 현수막을 붙이거나 '교통지옥' '치안부재' 뉴스가 쏟아진다.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브라질은 원래 불안과 혼란, 열정과 자유분방함이 공존하는 나라다. 브라질인의 고유한 문화와 정서를 이해하면 리우 올림픽을 더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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