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진학 상담실에서] 자기소개서 작성의 어려움

입력 2016-08-08 05:20:00

자기소개서 작성의 계절이다. 자소서 쓰기는 학생부 종합전형에서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지만, 사교육 시장을 우려하는 기사도 있으며 "자소설이 아니냐"라는 비아냥도 들린다. 그럼에도 자소서는 행동의 결과뿐만 아니라 동기, 과정을 통해 학생의 성장과 잠재력을 평가하는 학생부 종합전형의 취지와 부합되며 자신의 능력을 어필할 수 있는 대단히 유용한 도구이다. 상담을 하다 보면 많은 학생들이 자소서 쓰기를 어려워하고 있으며 그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공학도가 되겠다는 P군이 첨삭지도를 해달라고 왔다. 평소 관찰한 P군은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 자기주도학습으로 성적이 줄곧 상승세에 있는 학생이었다.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고 그 분야에 비전을 가진 학생이었다.

자소서를 보니 적지 않은 문제점이 드러났다. 1번 학업에 기울인 노력 부문은 영어, 수학, 과학 공부 방법을 평면식으로 나열하고 전달의미가 모호했다. 그 외 2, 3, 4번 문항은 진로와 연계된 활동과 열정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고, 각각 따로따로 서술되어 의미를 갖기가 힘들어 보였다.

첫째, 학업역량에서 '학업=교과'로 범위를 스스로 한정하는 것은 아닌지, 좀 더 넓게 보자고 했다. 학업은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 자기 것으로 소화한 노력 즉, 자기주도학습으로 자신의 내적 역량을 끌어올린 경험을 서술할 것을 제안했다. 그렇게 범위를 넓혀 보면 생각해 볼 것이 많다. 수행평가, 보고서, 실험실습, 소논문, 디베이트 등 다양한 소재를 활용할 수 있고, 덧붙여 독서 활동과 연계하여 진로 계획을 강화할 수도 있다.

둘째, 말과 글은 상대방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가 있다. 전달 의미가 명확하지 않으면, 보는 사람도 무엇일까 의심을 가지기 마련이다. 보통 학생들이 전달 의미가 명확하지 않으니 나열식으로 끝내는 경우가 많고, 종국에는 뭘 전하려고 하는지 모르게 배가 산으로 가는 형국이 되고 만다. 따라서 자신이 쓰고자 하는 소재 거리에 무슨 의미를 전달하고 싶을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하자고 했다. 먼저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나 주제를 머릿속에 정립하고 거꾸로 동기-과정-어려움-극복과정을 스토리텔링으로 풀자고 했다. 배우고 느낀 점은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쓰면 어떨까 하고 조언했다.

셋째, 각각의 소재들이 지원 학과 특성 및 진로 계획과의 연계성을 생각해보라고 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 하지 않았던가! 이왕이면 진로 계획과 자소서의 내용이 유기적으로 짜임새 있는 구성이 되어 잘 버무려진 김치의 맛을 내는 게 어떨까라고 덧붙였다.

이후 P군은 수정을 거듭하여 원하는 학과에 진학하였고, 공학도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자기소개서 작성은 여전히 어렵다. 역량이 매우 뛰어난 학생이 자소서에 쩔쩔매는 경우를 보면 안타까울 때가 많다. 학생들이 자신의 역량을 글 속에 온전히 담아낼 수 있도록 조력하는 진로진학교사가 되고 싶다. 자소서에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학생 모두에게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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