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4학년 때였다. 순 촌놈인 우리들에게 담임 선생님이 예언 비슷한 말씀을 하셨다. 정말 예언이 아니라 수업 중에 하신 말씀이었을 텐데, 세월이 흐르고 보니 말씀대로 이루어진 거다.
하여튼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는 물도 사서 먹는 시대가 올 거야. 지금도 중동에 가면 물값이 석유값보다 더 비싼 거 알제?"
이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황당한 소리란 말인가. 온 천지에 마실 물이 있는데 어떻게 물을 사 마실 수가 있단 말인가. 집 앞 개울가의 물도 그냥 마시면 되고, 우물의 물은 또 얼마나 시원한데…. 촌놈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15~20년도 지나지 않아 우리나라에서 생수(먹는 샘물) 판매가 시작되었다. 세상은 그렇게 변해버렸다. 참으로 빨리.
'물 사 마시는 시대'보다 더 빠르게 변한 것도 있었으니 바로 신문 산업이다.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납 활자를 한 자씩 모아 신문을 찍었다. 기자들이 원고지에 쓴 글을 보고 문선 작업자들이 활자통에다 한 글자씩을 뽑아 담고, 그 활자들로 지면을 짰다. 그러다 불과 몇 년 후 CTS라는, 컴퓨터를 활용한 신문 제작 시스템이 선보였다. 컴퓨터 제작 시스템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했고 납 활자는 그 이후 불과 수년 만에 퇴출되고 말았다. 내가 '신문밥'을 먹은 지 불과 5년도 되지 않은 시간에 그런 혁명 같은 변혁이 신문 업계에 불어닥친 것이다. 그러더니 어느 날엔가 또 인터넷 혁명이 불어왔고, 갑작스럽게 모바일 시대가 도래하면서 '종이신문은 종언을 고하는가' 하는 한탄이 신문쟁이들 사이에 퍼지고 있다.
그런 격변 속에서도 변하지 않고 자리를 지켜온 매체가 '주간매일'이다. 매일신문이 독자들에게 제공하는 무료 주간지로, 1983년 8월 20일 창간된지 무려 33년간 변함없이 독자들을 찾아가고 있다. 처음에는 '매일생활정보'라는 이름으로, 그 이후 여러 가지로 제호를 바꾸고 콘텐츠를 개선하며 오늘날 '주간매일'이 되었다. 이번 주로 지령이 1천715호에 이르니 1주일에 한 번 발간되는 주간지로서 참 오랜 세월 동안 변하지 않은 매일신문 독자들의 친구였다고 자부한다.
세상에 수많은 주간신문과 무료 신문들이 있었다. 한때는 이런 주간'무료 신문이 붐을 이룬 때도 있었다. 모두가 얼마 가지 못하고 사라져 갔다. 소위 '돈이 될 때'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가 부나방처럼 스러져갔다. 그 와중에도 주간매일의 자리는 늘 독자들 곁에 있었다. 모든 상황이 어려워졌지만 그 자리를 지키려 애써왔다.
하지만 이제는 때가 되지 않았나 한다. 9월부터 주간매일은 매일신문 본지와 하나가 된다. 유익하고 재미있는 주간매일의 콘텐츠를 모아 본지 지면을 강화하고, 독자들과 소통에 더 노력하려는 매일신문의 고뇌 어린 결단이다. 주간매일 콘텐츠의 통합으로 더 다채롭고 알찬 지면이 될 매일신문을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지난 상반기 내내 치열하게 고민했고, 또 이번 8월 한 달 내내 뜨겁게 연구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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